LG화학, PCB원판사업 전망 불투명하다

LG화학이 그룹의 新경영방침인 「도약 2005전략」에 따라 물밑 작업으로 추진해온 인쇄회로기판(PCB)용 원판사업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따라 「LG號」의 향배와 사업전망에 대해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히타치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주로 다층기판(MLB)용 소재를 중심으로 원판사업을 추진중인 LG화학은 최근 충북 청주공장에 반자동라인을 구축, 조만간 시제품을 출시하고 내년중에 본격 양산라인인 풀자동라인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G화학이 이처럼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도 두산전자, 코오롱전자 등 관련 업계는 LG화학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PCB원판시장에서 LG가 무혈입성하는 데 도처에 걸림돌이 깔려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LG화학이 원판사업 추진의 주된 배경이자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LG전자(세트,PCB), LG금속(동박), LG오웬스코닝(글라스패브릭) 등 LG그룹 계열 전후방업체들과의 수직계열화가 오히려 마케팅면에선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계열사인 LG전자 PCB사업부와 함께 국내 MLB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기, 대덕전자, 이수전자, 코리아써키트, 심텍 등 대형 PCB업체들이 경쟁업체인 LG전자와의 관계를 고려, 과연 LG화학의 원판을 얼마나 써 줄수 있겠느냐는 사실이다. 더욱이 LG를 제외한 이들 5대업체의 MLB 소재 수요는 국내 전체수요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도입처인 히타치가 핵심기술을 어느선까지 이전해줄지도 LG화학의 아킬레스건. 이미 LG와 히타치는 지난해말 기술도입 계약체결 당시부터 쟁점사항인 6층 이상의 고다층 및 초박판 PCB에 채택되는 두께 0.2㎜ 이하의 초박판제품의 기술이전을 놓고 한차례 줄다리기했던 경험이 있다.

이와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일본 전자업체들이 한국에 대한 견제심리가 더욱 높아져 첨단기술이전을 철저히 꺼리고 있다는 점과, 현재 초박판제품이 PCB원판중에서도 최고 부가가치를 내는 아이템이란 점에서 히타치가 이 기술을 LG에 순순히 넘겨줄리는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만약 초박판 제조기술 이전이 안된다면 LG화학의 향후 행로에는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산전자, 코오롱전자, 한국카본, 신성기업 등 기존 원판업체들의 대응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두산과 코오롱은 LG화학의 신규 참여를 감안, 최근 MLB소재개발과 신규투자를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물론 LG측의 주장대로 MLB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어 초기 시장 진입의 여지는 충분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해외 PCB원판업체들의 공세도 한층 강도가 높아져 LG의 순탄한 시장진입을 수수방관할리는 없다. 더구나 LG화학이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내년 중반 이후에 MLB와 관련 소재류의 수급상황이 어떻게 반전될 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어렵다.

이밖에도 PCB원판이 대외 경쟁력이 높다고 하더라도 최종 수요처인 세트업체들의 승인을 필요로하는 등 까다로운 마케팅을 수반한다는 점, LG화학이 기능성 전자소재부문에 대한 노하우가 적다는 점, 국내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 원판이 초기투자 회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점 등 LG화학이 PCB원판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거쳐야할 난관이 무수히 많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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