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MD시대 열린다 (하);국내서도 성공할까

「미니디스크(MD) 사업이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는 3,4년 전부터 지금까지 국내 오디오 업체들을 괴롭혀오고 있는 문제다. 침체된 국내 오디오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있는 국내 오디오업체들은 일본에서 MD산업이 성공해 붐을 이루자 이에 자극받아 우리나라에도 MD를 소개해 국내 오디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제반환경이 다른 관계로 MD의 성공 가능성을 예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국내 오디오 업체들의 MD사업에 대한 입장은 「성공 반, 실패 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우선 성공 쪽에 가능성을 두고 있는 업체들은 MD가 지닌 특성이 현대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MD는 디지털 방식의 깨끗한 음질을 제공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마음대로 녹음할 수 있고 휴대도 간편해 CD의 수요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볼때 MD를 카오디오의 CD 대용이나 컴퓨터 및 디지털 카메라 등의 저장매체로 활용할 수도 있어 핵심기술만 보유하면 사용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본 샤프의 경우 MD를 디지털 카메라의 필름 대체용 저장매체로 개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를 컴퓨터의 보조 디스크 드라이브로 만들어 통신상의 음악파일을 MD에 직접 녹음할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해 각종 전시회에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업체들의 경우 사업계획에서 MD를 홈오디오에서뿐 아니라 카오디오의 CDP 대체용으로 개발할 장기전략을 수립하고 MDP의 핵심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조만간 거치형 MDP를 판매할 해태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일반 소비자들이 MDP를 구매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선 음악 스튜디오나 전문가들에게 제품을 판매한 뒤 MD에 대한 인식이 점차 퍼지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MD사업이 성공하기 힘들다고 보는 업체들은 국내 오디오시장 및 음악용 소프트웨어 등의 환경이 MD의 성공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MD시장이 클 수 있었던 것은 CD 대여사업이 성했기 때문이며 우리나라는 CD 대여사업이 법적으로 금지된데다 음반매체의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려 MD의 장점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소비자들이 공 MD(약 6백엔)와 1장당 2백∼3백엔의 대여료를 내고 5장 정도의 CD를 임대해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녹음하면 CD를 1장 구입하는 가격(2천∼3천엔)과 비슷하기 때문에 굳이 CD를 구입하기 보다는 MD에 녹음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MD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업체들이 지적하는 또하나의 문제는 국내 업체들이 MDP의 핵심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MDP분야는 데크메커니즘, 모터기술, 광픽업기술 등 3가지 핵심기술이 있는데 일본의 경우 이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소니와 샤프 밖에 없으며 국내 업체들이 MDP를 생산하면 자연히 이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로얄티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입선 다변화 제도가 해제되는 99년에 일본 전자제품들이 국내시장에 본격 수입되면 국내 업체들은 길만 닦아놓은 채 MD시장을 고스란히 일본 업체들에 내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도 MDP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지만 MD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져 최근엔 새로운 개념의 저장매체인 슈퍼CD에 대한 연구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오디오업체들은 지금 MD문제로 커다란 딜레마에 빠져 있다. MDP를 출시해도 실제 부분적인 판매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데다 99년 이후엔 일본 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고 MD사업을 외면하면 지금의 매출부진을 극복할 뾰족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오디오시장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현재 MD외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더 이상의 신기술은 없다. 하지만 MDP를 출시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폭발적인 수요를 기대하기 힘든데다 일본업체가 국내시장에 진출하면 살아남을 국내업체는 한 군데도 없을 것이다.』

국내 오디오업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지적하는 한 관계자의 말이다.

<윤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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