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NEC의 변신

일본 도쿄에 있는 대표적인 유행의 중심지인 긴자(銀座)에는 대대손손 오직 한 분야만을 고집해온 수백년된 전통가게인 시니세(老)가 무려 3백여개에 이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시계분야의 이셰이(伊勢伊), 문구의 이토야(伊東屋), 빵을 만드는 기무라야(木村屋), 구두의 요시노야, 진주의 미키모토, 가방의 타니자와, 포목의 에치고야(越後屋), 안경의 마쓰시마(松島) 등이 꼽힌다. 요오깡이라는 일본 과자로 유명한 도라야(虎屋)도 이 중 하나다.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인 이들의 고집이 사실 오늘의 기술 일본을 만든 원동력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컴퓨터분야에서 일본의 시니세는 역시 NEC다. 전세계 컴퓨터 메이커들이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표준으로 채택, 이른바 「윈텔」 진영에 참가했을 때도 PC부문에서 일본 최대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NEC만은 독자노선을 걸었다. 한때 그것은 일본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NEC가 요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모든 컴퓨터업체들이 윈텔 노선에 뛰어들던 지난 82년부터 NEC는 자체 개발한 「98」 표준을 채택했다. 물론 IBM PC와 호환될 리가 없다. NEC는 독자적인 애플리케이션과 주변기기들을 꾸준히 개발해 NEC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기술과 끈기로 PC분야의 시니세가 되려는 의지가 굳건했다.

그러다 갑자기 지난달 24일 NEC는 마쿠하리 메세 전시장 인근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윈텔진영의 「PC98」 규격을 채용한 차세대 PC인 「PC98NX」 시리즈를 전격 발표했다. 전통 고수를 하나의 미덕으로 삼았던 일본인들로서는 패배요 수치로까지 인식될 정도의 충격파였다.

NEC의 가세로 윈텔은 세계 PC업계를 천하통일한 셈이다. 겨우 심장만 뛰고 있는 애플을 제외하고 윈텔의 적수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이래저래 98이라는 숫자는 NEC로서는 하나의 화두다. 「고집스레 지탱해온 98 표준을 버리고 98년부터는 윈도98과 호환되는 PC98 규격을 채택한 PC98NX 시리즈를 내놓고 변신에 나섰기 때문이다.」

윈텔에 발을 담근 NEC가 앞으로 어떤 돌풍을 몰고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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