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삐삐 서비스 지연 책임소재 공방

「단말기가 문제냐, 아니면 사업자의 준비소홀이냐」

지난 7월 상용서비스 개시 이후 「개점휴업」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고속광역무선호출(삐삐)서비스 지연에 따른 책임소재를 놓고 서비스업자와 단말기 공급사들간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업자들은 서비스 부진의 책임을 단말기 자체의 수신 불량 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제조사들은 기지국 미비 등 사업자들의 준비소홀이라고 반박하는 등 책임소재를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양측이 가장 첨예한 논쟁을 펼치고 있는 사항은 단말기 상의 수신전계감도 불량.

수신전계감도는 SK텔레콤이 -1백5dBm, 서울, 나래이동통신 등 015삐삐사업자들은 1백6dBm으로 기존 폭삭(POCSAG)방식의 수신전계감도 1백7dBm 보다 1∼ 2dBm정도가 낮다.

하지만 폭삭방식의 데이터 전송속도가 1천2백bps급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6천4백bps급을 채택하고 있는 고속광역삐삐의 기술기준은 오히려 더 강화된 셈이다.

이와 함께 기지국에서 단말기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A, B, C, D 페이스(Phase)가운데 B, D페이스의 수신전계감도가 기준치 이하인 것이 상용서비스 지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B, D페이스의 수신전계감도가 완전히 불량인 제품 만이 생산되고 있지는 않다. 문제는 제조사들의 생산 수율이 따라주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사들이 정상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준에 맞는 제품이 최소 80% 이상 정도는 생산돼야 하나 실제 생산수율이 20% 이하에 불과해 생산 라인 가동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더구나 015사업자들의 수신전계감도는 -1백6dBm으로 같은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비해 -1dBm이 더 높아 기술기준을 맞추기가 더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터뜨리고 있다.

제조사들은 이같은 문제점들이 단순히 단말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자들의 기지국 증설과 출력향상 등이 선행되지 않아 나타나는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들의 시스템 미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역등록, 이동상황 등을 즉시 알려주는 시큐어(SECURE)메시지 기능 등이 현재까지도 시스템 상에서 구현되지 않아 데이터 에러 등 문제가 발행하고 있어 보완이 시급하다는게 제조사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제조사들은 현재의 문제점들에 대해 사업자들이 조속히 해결해 주든지 아니면 최소한 수신전계감도 만이라도 기준치를 내려줘야만 상용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사업자들의 시각은 제조사들과 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무엇보다 단말기를 지나치게 소형화한 것이 수신전계감도 불량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단말기의 크기가 작아지면 그 만큼 수신전계감도를 결정하는 안테나 크기도 작아져 결국 기준치 이하의 수신전계감도가 나오게 된다』고 책임을 단말기 제조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때문에 사업자들은 단말기 크기를 크게 만들어 재출시해 달라고 제조사들에게 강력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사들로서는 사업자들의 이같은 요구를 선듯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미 제품설계를 끝낸 상태에서 하루 아침에 디자인을 바꿀 경우, 개발비 등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이 요구하는 출력향상문제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출력을 상향조정하기 위해서는 관련 개정이 앞서야 하는 데다 출력을 높인다 해도 다른 이동통신 매체에 전파간섭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업자들은 수신전계감도를 낮출 경우 기술이 하향 평준화돼 고속광역삐삐 서비스 도입의 목적이 퇴색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지국 신호를 단말기 상에서 자기신호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상용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같은 복잡한 상황 때문에 당분간 고속광역삐삐의 상용서비스 지연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위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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