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평] 머틀리 크루, Generation Swine

외국 록에 대해 저항정신을 보이는 담론이 한국에서는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사실 록의 발전과정을 보자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퇴색하고 변한 원재료에 대해 여전히 그런 논의를 한다는 것은 교조주의로만 치닫고 있는 시대착오라는 느낌이 든다. 또한 뮤지션들에게는 큰 부담을 주는 지식인들의 말장난이 안닌가 하는 기분도 든다.

사실 록은 여러가지 얼굴에도 불구하고 마약과 섹스, 폭력이 상업주의와 묘하게 결탁되어 음악계의 장사꾼들에게 이용당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 그런 모습까지도 빤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서도 필자의 록에 대한 애정과 믿음은 변함이 없을 뿐 더러 이 조차도 포용할 수 있는 것이 넓은 의미의 애정이 아닌가 하고 반문하고 싶어진다.

최근 발표된 머틀리 크루의 새음반은 혁신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그들의 변모가 느껴진다.

80년대에는 머틀리 크루를 비롯한 LA출신 밴드들이 주도하는 LA메틀이 록계에서 그 위용을 떨쳤다. 오랜 세월 동안 한솥밥을 먹던 리더싱어 빈스 닐이 90년에 탈퇴하고 음악시장의 변모로 인해 그들이 유명무실한 밴드로 전락하는 가 싶더니 최근 새음반이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라 그들의 존재를 다시 알렸다. 빈스 닐이 다시 재합류했고 밴드가 공식적인 활동이 없을 때도 온몸에 문신을 새긴 드러머 타미 리가 미국 최고의 육체파 배우겸 핀업 모델인 파멜라 앤더슨과의 급작스런 결혼,이혼소동,재결합 등으로 세간의 관심을 잔뜩 모아 놓았던 터라 재기 앨범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측됐다.

불량기가 가득한 외모에서도 짐작되듯이 그들의 음악은 도덕적 교과서가 결코 아니다. 사생활면에서도 문란해 심심찮게 3류 주간지를 장식하기 때문에 록 뮤직이라면 질색을 하는 도덕군자들에게는 기피인물 중 하나다. 하지만 탐욕스런세대라고 번역될 만한 새 앨범은 여타의 논란을 일으키는 메틀 밴드의 음악들보다는 훨씬 듣기 편하고 부담이 없다. 어느새 머틀리 크루가 나이가 들었나 싶을 정도로 전체적인 음악이 나긋나긋해져 20대 때 그들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같이 늙어간다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마지막 곡인 은 전미국인의 관심속에 탄생했던 앤더슨과 리의 아들 브랜든을 위해 만든 아름다운 곡이다.

<팝컬럼니스트, 박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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