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계측기기의 수출산업화

백종승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역학연구부장

인적, 물적 자원이 취약한 국내 계측기기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산업발전 추이 및 계측기기 시장동향을 정밀하게 분석한 후 이를 토대로 개발품목과 핵심 개발기술을 선정,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다가오는 2000년대에는 획일적인 대량생산 소비제품보다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개인화한 제품의 시장성이 높다. 따라서 소품종 대량생산기술보다는 소량 다품종 생산기술과 고갈되는 자원을 현명하게 이용하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환경 및 자원의 남, 오용 방지를 위한 정부의 입법활동 강화에 힘입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또 가정이 사회생활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면서 가정환경에 적합하게 설계된 가정용 복합장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2000년대에 필요한 계측기기는 복잡하게 변모하는 생산기술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고정밀도, 지능화 해야 할 것이다. 즉 나노기술을 신소재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나노 계측기기를 비롯, 바이오센서, 레이저광 계측기기와 이들을 지능화하기 위한 기술연구가 시급하다.

물론 지능화 계측기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재래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원리를 이용한 계측기기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일부기술의 경우 기술 자체가 성숙기에 있고 선발기업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더라도 기술자립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는 선발주자와 정면대결을 피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정밀제품을 개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최근 들어 계측기기 세계시장은 몇몇 대기업이 월등하게 우월한 기술과 생산능력을 이용, 우수한 성능의 계측기기를 저가에 대량 공급하면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밀정확도가 뛰어난 계측기기를 개발, 틈새시장을 노리거나 기술우위에 있는 신기술을 이용하는 미래형 계측기기로 승부해야 한다.

모방에 의한 국산 계측기기로는 주요 고가 부품의 수입의존을 피할 수 없고 이는 결국 외국 대기업들의 저가 물량공세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이어진다. 또 산업기술 발달로 요구되는 수요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 계측기기산업이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기술개발에 주력하면서 경쟁력 확보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기술기반 조성에 나서야 한다. 또 전문인력의 확보방안과 2000년대의 산업기술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개발 계획, 개발된 계측기기 기술의 보육과 경쟁력 확보방안의 마련도 시급하다.

물론 지난 7월 통상산업부의 산업기술기반조성사업의 일환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설립된 계측기기연구센터가 취약한 계측기기산업의 기술기반을 강화하고 생산업체의 기술개발에 많은 힘이 될 것이다.

그 이유는 계측기기연구센터가 산, 학, 연 공동 연구사업의 주관 및 조정, 개방실험실 운영, 계측기기 성능 및 신뢰성 평가, 계측기기 DB구축 및 정보지원, 교육훈련 및 기술지원 등의 주요 사업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책과 기업의 투자의욕이 맞물리면 계측기기 수출산업화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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