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가전업계, VCR사업 미련많다

지난해 DVD플레이어 등장과 함께 사양길에 접어들 것으로 예견됐던 VCR사업에 가전업체들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향후 VCR시장이 최소한 10여년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VCR시장에서 조기 퇴장하거나 자연도태되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즉 마지막까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업체는 최소한 수년간은 짭짤한 이삭줍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예견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VCR시장에는 한국과 일본업체를 중심으로 18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연간 수요는 작년말을 기준으로 4천5백만여대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 선진시장에선 DVD플레이어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어 VCR의 신규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지만 중남미, 동유럽, CIS 등 신시장에서의 잠재수요를 감안할 때 향후 5년정도는 전체적으로 수요가 2∼3%의 신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세계 VCR시장은 현재 연간 5백여만대에 달하는 공급과잉 추세와 이에따른 가격경쟁으로 VCR메이커들의 채산성은 극도로 악화되어 있으나 만일 생산업체들이 절반이하로 줄어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그동안 VCR생산에 참여해온 업체들은 생산성과 가격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남기 전략을 구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의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3사는 대대적인 라인혁신작업에 착수함과 동시에 삼성전자는 중국으로, LG전자는 인도네시아로, 대우전자는 북아일랜드와 멕시코로 생산라인을 대거 이전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도시바와 미국의 톰슨이 싱가포르에서 생산을 포기하고 각각 중국과 태국의 생산기반을 강화한 것도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특히 대우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향후 공급량을 4백50만대 안팎으로 유지를 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내년이후 공급량을 매년 20∼30%씩 늘려 오는 2000년에는 총 8백만대를 공급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15%로 높이겠다는 당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우전자가 이같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주요 경쟁상대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일본의 가전업체들 대부분이 디지털 가전사업에 진출하면서 VCR사업에 투입됐던 자원의 상당부분을 분산시킨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직까지 디지털 가전사업에 손을 대지않고 있는 자사의 VCR사업역량은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중저가 VCR 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어온 일본의 후나이, 오리온, 신톰 등도 대우전자와 마찬가지로 사양길에 접어든 VCR시장에서 마지막 이삭줍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업체의 기대대로 단시간내에 VCR시장에서 철수하는 업체가 뒤따를지는 의문이다.

VCR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DVD시장 형성이 늦어지면서 DVD시장에 서둘러 진출한 업체들도 VCR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형오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