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진출했던 한 중소 부품업체의 K사장은 얼마전에 사업을 정리하고 허탈한 마음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K사장은 국내 생산으로는 채산성이 떨어짐은 물론 저가를 무기로 안방을 밀고 들어오는 중국 및 동남아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 지난 95년 필리핀으로 본사와 공장을 아예 이전해 화제에 올랐었다. 이 회사는 현지의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중견 통신기기업체를 비롯한 국내외 업체를 개척하면 국내에서 보다는 형편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외로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등 고전을 거듭하다 결국 몇달전에 모든 것을 청산하고 국내로 돌아오게 됐다는 것이다.
K사장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이 처해 있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 부품업체들, 특히 범용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들은 밖으로는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저가를 무기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 및 동남아 제품에 설자리를 잃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인건비와 구인난, 세트업체들의 해외이전에 따른 물량 감소, 세트의 가격파괴에 따른 부품가격 인하요구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계열사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점차 대형화돼가는 재벌그룹 계열 대기업 부품업체들에 밀리고, 과거 이들 중소기업에 쪼이던 구름 낀 볕자락같은 정부 및 유관기관의 지원조차도 정보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최근 조명을 받고 있는 벤처기업들에 쏠리는 바람에 중소 부품업체들은 관심조차 받지 못한채 고군분투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미 상당수의 중소 부품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새로이 떠오르는 정보통신 관련 사업에 참여하거나 전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기존의 「냄새」를 지우기 위해 이름까지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소 부품업체들의 도태는 국내 전자산업의 기층부가 취약해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자본력과 정보력 등 전반적인 대응력이 취약한 이들을 살리기 위한 정부와 유관기관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경제 많이 본 뉴스
-
1
“中 반도체 설비 투자, 내년 꺾인다…韓 소부장도 영향권”
-
2
기계연, '생산성 6.5배' 늘리는 600㎜ 대면적 반도체 패키징 기술 실용화
-
3
네이버멤버십 플러스 가입자, 넷플릭스 무료로 본다
-
4
KT 28일 인사·조직개편 유력…슬림화로 AI 시장대응속도 강화
-
5
삼성전자, 27일 사장단 인사...실적부진 DS부문 쇄신 전망
-
6
'주사율 한계 돌파' 삼성D, 세계 첫 500Hz 패널 개발
-
7
K조선 새 먹거리 '美 해군 MRO'
-
8
한국은행 디지털화폐(CBDC) 결제 첫 공개…“앱 하나로 3초면 끝나”
-
9
GM, 美 전기차 판매 '쑥쑥'… '게임 체인저' 부상
-
10
삼성전자 사장 승진자는 누구?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