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행정기관에 저가로 공급되고 있는 행정전산망용 PC가 시중상가에서 대량으로 불법 유통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행정기관에 납품되고 있는 행망용 PC가 수요처별로 시중의 일선 대리점을 통해 공급되는 등 관수용 PC의 조달, 관리체계가 허술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 제품은 일부 상인들에 의해 수십 대에서 수백 대씩 동급 기종의 반값도 안되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유통질서를 크게 문란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관수용인 행망용 PC의 시중 유통은 그동안 일부 상인들에 의해 한두 대씩 음성적으로 거래돼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용산상가 등 시중 상가에 포장박스와 본체에 관수용임을 뜻하는 「정부」 마크가 인쇄돼 있는 행망용 PC를 수십 대씩 버젓이 쌓아놓고 판매하고 있으며, 일부 상인들은 수백 대 규모의 행망용 PC를 확보해 놓고 이를 소매상에게 다시 판매하는 방식으로 점차 대형화, 조직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상인들은 상가 매장에 「1백66㎒ CPU, 12배속 CD롬드라이브, 1.6GB, 16MB, 15인치 모니터 등을 포함한 최신 사양제품이 90만원」이라는 내용의 포스터를 붙이고 고객을 유인하고 있는데 이같은 가격은 1백60만∼2백만원선에 거래되는 동급사양 제품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이 제품을 찾는 일반인들의 발길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불법 유통되고 있는 행망용 PC는 지난 6월 정부로부터 제품 공급업체로 선정된 일부 제조업체들의 초기제품으로 시중의 유통물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으나 어림잡아 3천∼1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특히 올해 25만대로 예상되는 행망용 PC의 수요가 4, 4분기에 집중되는 만큼 앞으로 행망용 PC의 시중 유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행망용 PC란 정부가 국가정보인프라 구축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90년대 초부터 정부부처 및 투자기관, 교육기관 등에 보급하고 있는 PC로서 올해 제품 기본사양은 1백66㎒ CPU의 펜티엄으로 12배속 CD롬 드라이브와 1.6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 15인치 모니터 등을 채용하고 있다.
한편 대다수의 상가 상인들은 이같은 행망용 PC의 불법 유통이 결국 무자료 거래로서 탈세의 온상이 될 뿐 아니라 상인들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불신을 불러일으키며 나아가 PC의 유통질서를 뿌리째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행망용 PC의 일부 제조업체들은 이같은 불법 유통제품이 말썽이 될 소지가 커지자 자사 제품의 회수에 나서는가 하면 수요기관에 제품을 공급하는 일선 자사 대리점의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PC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행망용 PC의 시중 유통은 유통질서를 문란케 하는 데다 관수용 제품의 일반 판매가 불법이라는 점에서 관공서 납품 제품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으나 일부 대리점과 수요자들이 편법으로 제품을 시중에 빼돌리고 있어 이를 막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하고 『수시로 상가를 방문해 자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체의 한 관계자는 『관수용 PC가 상가에 유입되고 있는 것은 수요기관이 조달청을 통한 1.4%의 수수료를 절약하기 위해 행망용 PC공급업체의 대리점과 수의계약을 맺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며 『이때 일부 대리점에서 본사에 납품물량을 과다계상한 후 이를 시중으로 흘러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관련업계에서는 PC 마켓셰어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이 제품 판로개척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원가 이하로 판매되고 있는 불법 행망용 PC를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거나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신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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