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DIVX DVDP "뜨거운 감자"로 부상

이달초 미국에서 발표된 「디지털 비디오 익스프레스(DIVX)」기술과 이를 채용한 DVD플레이어가 DVD시장에서 순식간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DIVX DVD플레이어는 소비자가 구입한 타이틀을 48시간 동안만 시청할 수 있으며 추가로 보고 싶을 때는 전화선과 연결된 모뎀을 통해 시청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즉 스파이영화에서 극비를 요하는 테이프가 메시지를 모두 전달한 후 스스로 파괴되어 버리듯이 DIVX기술이 적용된 DVD타이틀은 시청시간이 모두 48시간에 달하면 일단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미국 최대의 전자유통회사의 하나인 서키트 시티와 할리우드 영화판권 중계업을 하고있는 3개사가 공동으로 출자한 디지털 비디오 익스프레스사가 개발한 암호화 기술을 바탕으로 DVD타이틀 시청에 「페이 퍼 뷰(Pay per View)」개념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DIVX 기술개발에 총 1백만달러를 투자한 서키트 시티사는 이 기술이 DVD시장을 활성화시킬 수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우선 소비자들이 5달러 이하에 DIVX용 DVD타이틀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존 DVD타이틀이 1편당 20∼30달러이며 시청자들이 구입한 타이틀을 2번이상 반복해서 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신들의 발상이 매우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두번째로 타이틀 판권을 보유하거나 제조하는 업체들이 디지털 가전제품에 대해 가장 염려하고 있는 무단복제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48시간이라는 한정된 타이틀 사용시간외에 추가로 사용되는 시간은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의 유료채널처럼 기록이 남기 때문에 불법복제에 따른 염려를 크게 덜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장점은 관련업계들로 부터 상당한 호응를 얻고 있는데 세트메이커측에서는 미국의 제니스와 톰슨, 일본의 마쓰시타는 이 기술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타이틀업계에서는 그동안 DVD타이틀 제작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왔던 디즈니를 필두로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드림웍스가 이 기술을 지지하고 나섰다.

한편 DIVX기술이 예상외로 세트메이커들과 티이틀업계에서 빠른 호응을 얻자 DVD시장 선점에 적극나섰던 업체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올 4분기를 기점으로 미국시장에서 DVD붐을 조성하려고 했던 일본의 소니, 도시바, 필립스 등과 이들의 파트너인 컬럼비아 트라이스타나 워너 홈비디오 등 일부 타이틀 업체들은 DIVX기술을 평가절하하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업체들과 거의 동시에 미국 DVD시장에 진출했던 삼성전자 역시 LG전자가 제니스에 공급할 DIVX DVD플레이어 생산에 나서기로 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DVD시장의 선발주자들이 DIVX를 무시하면서 내세우고 있는 명분은 한마디로 이 기술이 시장과 소비자를 혼란시킨다는 것이다. 즉 1세대 DVD플레이어와 타이틀이 이제 겨우 알려질만한 상황에서 전혀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나온다는 것은 생산자, 유통업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올초 미국에서 디지털TV가 이슈화된 것만으로 기존 TV판매가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선발업체들의 주장은 미국의 가전제품 및 타이틀 유통업계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소니, 도시바, 삼성전자를 비롯한 DVD시장에 선발로 나선 업체들의 속마음은 그동안 자신들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가며 획득한 기득권을 순식간에 DIVX를 들고나온 후발주자들에게 내줄 수없다는 것이다.

물론 DIVX DVD플레이어는 새로운 칩세트를 장착하고 통신 및 보안장치가 추가되어야 하기 때문이 기존 제품보다 50∼1백달러 정도 비쌀 수밖에 없고 타이틀 유통업체의 입장에서는 판매이윤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또 페이 퍼 뷰방식을 적용하자면 시청자 관리시스템도 필요해 현재까지의 반응만으론 DIVX기술의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엔 성급한 시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존의 DVD플레이어에서는 DIVX 타이틀을 시청할 수 없는반면 DIVX DVD플레이어는 DIVX 타이틀뿐만 아니라 기존 타이틀도 사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DIVX진영이 아직까지 DVD타이틀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할리우드 영화사나 타이틀 제조업체를 자기를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선발업체들은 근본적인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DIVX를 둘러싼 논란은 선후발 세트메이커와 타이틀업계의 이해관계로 표면화되고 있지만 향후 DVD 타이틀 판매 및 대여시장 형성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DIVX기술은 PC의 DVD롬에도 적용 될 수있어 PC업계에 대한 파급효과도 큰 관심사다. DIVX기술을 둘러싼 선, 후발업체간 세싸움이 가시화될 내년 초 미국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향후 DVD시장의 향배를 판가름하는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형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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