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 75%, 소니 56%, 히타치 27%∥.」
지난 3월 결산에서 일본 전자업체들이 올린 이러한 경상이익 증가율은 단순히 엔低 덕택만은 아니다. 지난 71년 이후 네차례나 불어닥친 엔高 불황과 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버블현상을 끊임없는 합리화와 사업구조 조정을 통해 슬기롭게 극복한 결과물이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현대전자 등 전자4사가 최근들어 힘쏟고 있는 「선택과 집중」을 일본 전자 대기업들은 지난 9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일본 주요 전자업체들은 90년대 들어 가히 혁명에 가까운 사업구조 조정을 단행해왔으며 지금도 변신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마쓰시타의 경우 지난 3월 말로 「강한 마쓰시타의 부활」을 골자로 한 「재생 3개년 계획」을 끝마쳤는데 93년 1.4%였던 경상이익률을 3%대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당초 목표한 경상이익 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방대한 경영조직과 해이한 경영체질을 간접부문 슬림화, 본사 조직의 스피드화, 사업의 선별과 집중 등 기업의 토대를 다시 잡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21세기에 대비한 「발전 2000년 계획」을 시작했다. 「전세계의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드리는 기업」을 키워드로 삼아 △고객제일의 기업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 △글로벌 기업 △자기 실현의 기업을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매출구조는 일본 국내와 해외에서 반반씩 판매하는 연결베이스 형태를 띠고 해외생산은 25%에서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광디스크와 이동통신, 디스플레이, 반도체 순으로 사업의 역량을 집중해 멀티미디어사업을 구체화한다는 전략이다. 멀티미디어기술이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낳는다는 점을 중시하는 기업 중 한곳이다.
경영의 글로벌화는 생산과 판매의 현지 이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연구개발(R&D)까지 현지화해 해외에서 개발한 기술을 일본으로 도입할 수 도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2000년까지 「24시간 3백65일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영상 음향기기 메이커에서 종합오락산업으로, 그리고 영화에 이은 방송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소니의 대변신은 일본 전자기업들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올해 디지털 위성방송회사인 「J스카이B」에 출자를 결정하면서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소니사장이 『경영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듯이 디지털 시대의 선수를 놓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가전제품이 디지털화되면 경영스피드가 기업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게 소니의 시각이다.
그래서 지난해 4월 이후 2번씩이나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재편하고 디지털화에 필요한 신기술의 씨를 뿌릴 수 있도록 디지털 연구개발부문을 사장이 직접 지휘하는 본사 소속 체제로 바꾸었다.
지난 5월1일 단행된 조직개편은 더욱 강도높은 개혁쪽에 가깝다. IT부문과 컴퓨터, 새로운 AV로 대변되는 정보통신부문에 진출하기 위한 회사제와 그룹제의 신설을 비롯해 사장직할 의사결정기관 아래 신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코포레이트 전략부, 전자분야의 사업계획을 입안하는 종합기획부 등 6개의 전략부문을 새로 만들었다. 대신 마케팅부문의 기능을 통합시키고 신규사업을 위한 그룹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탄력적이고 스피드한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타 기업과 마찬가지로 간접인원을 늘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과제지만 그 대상이 스태프부문 인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내에서 다른 사람이나 그 사람이 하는 일을 평만 하는 사람들이다.
소니의 사업영역이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라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한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급진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류를 전자기기 제조에 두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작년 10월에 발매한 휴대형 미니디스크플레이어 「MD워크맨 MZ-E50」의 경우 세계 최소형, 최경량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판매장 견본용까지 매진될 정도로 히트하는 등 최근에도 히트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데 이제 제조에서 이익을 올릴 수 없다는 인식은 소니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노부유키 사장 스스로도 지난 2년간 경영품질 향상과 기술개혁을 포함한 제조의 강화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고 할 정도다. 노부유키 사장이 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소니가 제조하고 있는 것은 오디오든 비디오든 모두가 사용하여 즐겁거나 가지고 있어 즐거운 것입니다. 거기에 모든 정열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업무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 따위는 별로 만들지 않습니다. 그것이 소니의 기본적인 문화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영화라든지 방송같은 것을 확대해가는 것입니다. 때문에 시너지 효과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써서 즐겁다는 밸류체인(가치의 연쇄)에 들어맞으면 됩니다』는 말이 소니의 색깔을 대변하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 93년 하반기 이래 1백개 사업부 중 38개 사업부의 사업성을 재검토했으며 적자사업을 대폭 정리하고 1천3백명의 인력을 전략부문으로 재배치했다. 히타치는 지난 94년초에 VCR공장내 9백명의 인력을 중전부문으로 전배하고 AV 자회사를 8개에서 4개로 줄이는 등 AV사업을 크게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7월에는 히타치제작소와 판매회사인 히타치가전을 합병시켜 히타치가전 인력 1만명(전체의 30%)을 감원하기도 했다. 지금도 일본의 주요 전자기업들은 21세기 멀티미디어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개혁을 계속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자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표본이 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마쓰시타와 소니의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은 최근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내용과 상당히 흡사하다. LG전자가 기업체질 강화를 위해 올해 수익성 개선쪽에 주력(마쓰시타)하고 있는 것이나 삼성전자가 영상산업(소니)에 깊이 빠져들고 있는 것 등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전자 대기업들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스피드 경영과 조직의 슬림화를 비롯, 멀티미디어시대에 대응한 디지털분야의 기술개발 강화 등 일련의 경영혁신 추진방향과 목표 중에는 이들 일본의 주요 전자업체의 뒤를 따르는 것이 많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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