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따라 바야흐로 세계경제는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선 경쟁체제는 선진국은 물론 중진국 · 개발도상국 등 모든 국가의 개별 기업들에 공정한 경쟁조건에서 동일한 경제법칙에 따라 사활을 건 「총성없는 전쟁」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가라는 보호막에 안주해온 국내 기업들은 「국제화 · 세계화」를 기치로 무한경쟁시대에 맞는 경쟁력 있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분주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어느 분야보다도 치열한 시장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정보통신산업은 통신기술을 포함한 모든 부문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숨가쁘게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보통신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관련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정보통신 발전 중기전망」에 따르면 세계 정보통신 시장은 96년 1조8천8백10억 달러에서 2001년 3조1천억 달러에 이르는 등 매년 10% 내외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정보통신 시장도 최근 통신서비스, 통신기기, 소프트웨어 산업의 호조에 힘입어 96년 약 59조원에서 평균 19.6%의 고성장을 이루어 2001년에는 1백47조원의 적지 않은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치대로라면 오는 2001년 세계 정보통신 시장에서 국내 정보통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3%로 96년보다 2%포인트 정도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통신설비, 정보이용도, 투자규모 등 전반적인 정보화 수준은 미국, 일본 등 통신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전산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88년부터 95년까지 분석한 「주요 국가간 정보화 지수」를 보면 국내 통신산업의 수준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주요 국가간 정보화 지수」는 정보인프라의 보급수준인 「정보설비지표」, 정보인프라의 이용도를 나타내는 「정보이용지표」, 정보화 인력 및 투자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정보화 지원지표」 등 정보통신 분야와 관련된 모든 수치를 통계화해 각국 정보통신산업의 현주소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정보화 수준을 외국과 비교해 보면 최근의 조사치인 95년의 경우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7.2배나 앞서 있고 경쟁대상국인 일본과 싱가포르 역시 각각 2.6배, 3.2배로 나타났다.
정보화 수준 증가율면에서 우리나라가 평균 40.2%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절대적인 정보화 지수는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 지원도 미흡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나라가 선진국과의 정보화 수준 격차를 점차 줄여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평균 3∼4배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위상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94년과 95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정보화 수준이 급격하게 증가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새로운 정보통신 상품이 잇달아 출현하고 ISDN, 인터넷, 페이저, 이동전화를 중심으로 통신서비스 및 인프라가 급속하게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다시 정보설비, 정보이용, 정보화 지원 등 부문별 정보화 지표로 나누어 보면 국내 통신산업의 실체를 더욱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통신망을 비롯한 정보통신 인프라 수준을 나타내는 「정보설비지수(90년 기준)」에 따르면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7.1배나 높게 나타난 것을 비롯해 싱가포르(5.8배), 미국(4.5배), 유럽(3.9배) 등이 모두 우리나라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그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즉 95년 기준 동 정보설비지수를 보면 유럽(평균)이 우리나라보다 13.8배나 높게 나타난 것을 비롯해 일본(8.7배), 미국(5배), 싱가포르(3.7배) 등이 모두 우리나라보다 크게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보설비지표가 전화회선 수와 PSDN 가입자 및 ISDN 가입자 등 데이터, 음성 및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 보급정도를 나타내고 있어 정보화의 초석이 될 수 있는 통신인프라 보급수준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정보산업을 비교, 평가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자료가 「정보화 지원지표」다.
「정보화 지원지표」는 통신 관련 투자액과 논문발표 수 및 통신서비스 관련 종사자 수와 연구원들의 수치를 비교해 앞으로의 정보화 수준을 실제로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화 지원지표」 역시 최근에 미국, 유럽, 일본, 싱가포르와의 격차를 88년 평균 7∼8배에서 3∼4배 수준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국내 경제규모와 비교할 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 산학 공조 시급 관련업계에서 분석한 단순한 통계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국내 정보통신산업이 최근 여타 경제 부문과 비교해 적지않은 거품현상이 일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들어 국산 소프트웨어의 해외진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시스템의 상용화, 전체 국민의 4분의 1에 달하는 무선호출 서비스 가입자 수 등 정보통신산업의 뚜렷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는 것이 정확한 우리의 현주소다.
정보통신산업은 향후 국민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할 수 있고 다른 여타 산업과 연계해 전체 국민경제를 한단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비중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를 비롯한 학계와 산업계가 상호 공동체제를 구축해 외국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력을 확보해야 할 때다. 학계는 민간 부문과 더욱 긴밀한 협조관계를 가져야 하며 정부도 정보통신기술 세제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국제적인 협의에 의한 개방형 표준 개발, 정보화의 파급효과가 큰 의료, 교육, 전자출판과 같은 응용서비스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러할 때 정보화의 원동력이 될 공정하고 지속적인 경쟁체제 구축이 가능할 것이고 정보화의 구체적 실체인 「정보 고속도로의 고도화」가 더 한층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강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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