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에 앞서가는 나라가 21세기를 좌우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이른바 정보고속도로 건설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국가경쟁력 확보에 정보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한 국가 지도자가 갖춰야 하는 필수적인 덕목으로 여겨지고 정보화는 국가정책의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는 창간 15주년을 맞아 제15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4대정당의 후보를 대상으로 질문서를 통해 그들의 정보화에 대한 철학과 정보화정책등을 알아보았다. 이번호에는 새 정치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의 정책답변을 들어보았다. 이번 기획은 전자.정보 통신업계에 종사하는 본지 독자들이 차기 정부의 정보화정책을 예측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국민회의가 발표한 정보화 공약은 정보통신 관련 종사자에게는 뜻깊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을 간추려 주시기 바랍니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세계는 정보통신 혁명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이미 정보화의 진전을 예측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정보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정보통신 인프라의 구축을 국가적인 대규모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는 70년대의 「새마을운동」이 산업시대의 한국을 이끌어 왔다면 정보시대에는 「정보화운동」이 현재의 한국을 이끌어갈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당은 정보인프라의 확대,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정보통신산업의 육성, 정보대중화사업 등 소위 「국가 네트워크 시스템(Korea Network System:KONETS)」전략을 내세워 정보시대에 대처해나갈 것입니다.
정보인프라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조기 구축과 이를 위한 사업자의 선정 확대 정보통신부문의 표준화 추진 첨단 정보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경제기반을 구축해 가겠습니다. 정보통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통신서비스사업 중심의 육성정책에서 탈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비와 부품 그리고 단말기 등 하드웨어산업과 컴퓨터 소프트웨어부문에 대한 육성방안을 강구해갈 것입니다. 정보대중화 정책으로는 「1인 1PC 보유운동」 추진과 함께 2000년부터 초, 중, 고등학교에서 컴퓨터를 정규과목화하고 모든 학생에게 인터넷 ID를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KONETS전략은 결국 글로벌 초고속 통신망 구축과 인터넷의 활용 극대화를 통해 영토는 작지만 정보화를 선도하는 정보화 중심의 큰 국가 이른바 「사이버 정보대국」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정보화에 앞서가고 있는 미국이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공통점은 최고통치자의 정보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최고통치자인 대통령의 정보화 의지가 상대적으로 미약하며 전문가가 마련하고 확정된 정보화 추진계획마저 실행단계에 들어가면 정치논리에 좌우돼 효과적인 정보화 추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1세기 정보시대에는 대통령의 정보화 의지가 국가경영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주장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정보화 추진계획이 정치논리에 좌우돼 예산당국에 의해 집행순서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 부문은 타 부처나 타 부문에 비해서는 비교적 예산확보가 원활한 것이 사실입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많은 국책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정부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국가정보화사업은 정부의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많은 민간기업의 동참과 투자가 선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통신사업 특별회계와 정보화 촉진기금, 그리고 정보통신 사업자들이 출연하는 출연금 등 현재 가용한 정부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정보화사업과 관련있는 일부의 교육예산 및 과학기술예산을 연계 운용할 경우 국가정보화사업이 크게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앞서 말씀하셨듯이 한정된 국가자원의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일관된 정보화정책을 추진하고 부처별 정보화에 대한 중복투자를 조정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기능분산에 따른 부처간 알력이나 분야간 이해상충을 조정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한 기구설립이나 기능통합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 각 부처 장관이 비전문가이고 부처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기관의 설립은 필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현재 국가정보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보화촉진기본법」이 이미 성안돼 있고 이 법에 근거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부총리 겸 재경원 장관을 부위원장으로 하는 「정보화추진위원회」가 설치돼 있습니다.
또 정보화추진위원회 하부에는 범부처적으로 참여하는 「정보화추진분과위원회」가 있으며 여기에서 정보화촉진 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새롭게 대통령 직속기관을 설립해 업무를 분산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법령에 따라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정보화 추진업무에 대해서는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번 대통령 선거때 학교마다 인터넷교실을 1개씩 개설해 주겠다고 공약해 네티즌의 열띤 호응을 받은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에 인터넷교실을 설치하는 것에 대한 견해와 그렇지 않을 경우 이에 상응할 수 있는 정책이 있다면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당에서는 빌 클린턴이 제시한 「인터넷교실 개설」보다는 전국민 누구나 컴퓨터를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컴퓨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펴나갈 생각입니다. 국가정보화는 국민의 컴퓨터 활용도에 달려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이후에 PC통신이나 인터넷, 그리고 이를 활용한 일상생활이나 비즈니스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저가의 국민보급형 컴퓨터를 개발, 초, 중, 고교를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컴퓨터를 우선적으로 보급하고 인터넷과 PC통신에 따른 통신요금을 인하하는 정책을 펴나가겠습니다. 일반 국민에 대한 컴퓨터의 보급확대를 위해서는 현재 정보화촉진기금의 일부와 통신사업자들의 출연금을 대국민 컴퓨터 보급을 위한 장기저리형 융자금으로 지원할 경우 상당한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봅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일본의 신주쿠 전자단지 등 많은 국가들이 전자정보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해 첨단산업의 메카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민간 차원에서 이같은 복합단지인 미디어밸리 조성을 위한 노력이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중앙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산업구조의 자연스런 조정은 필연적이며 특히 지역특성에 부합하는 고부가가치형 전자정보 산업단지의 조성은 시급합니다. 우리 당은 지역에 따라 신과학단지 혹은 정보산업단지 및 멀티미디어폴리스 조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며 「멀티미디어폴리스 특별법」은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단지조성으로 현장 중심의 정보통신 전문인력을 양성해 기업의 수요인력에 대처함과 동시에 고가의 기자재 공동사용, 공동연구를 통한 정보교류 및 기술경쟁력 제고, 산, 학, 연, 관의 협력체계 구축으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타개하고 벤처창업을 육성해 국가경제의 활력을 도모하는 등 경제기반을 구축해나갈 계획입니다.
-선진국에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환경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행정부와 국회 등에 채용돼 정책입안과 결정, 집행과정에서 활약하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합니다. 과학기술정책이나 정보통신, 환경 등 전문분야만은 정책입안과 결정, 집행과정에 연구기관이나 학계 또는 민간기업의 경험많은 전문가를 활용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처 등 기술전문 정책을 수립, 시행하는 부처에서는 기술전문가를 보임하는 것과 함께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료의 임기를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우리 당에서는 과학기술인 우대정책의 일환으로 「과학기술 전문가 정부기관 특채」와 「과학기술대사제 신설」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질문하신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분야에서의 정책입안 때 과학기술 전문가를 활용하고자 하는 뜻에서입니다. 이러한 전문가의 정부기관 특채만으로 국한하지 않고 향후 국책사업을 결정하거나 국가정책 수립 때 각계의 전문가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별 「전문가 풀제도」를 적극 실시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리 정부의 각종 규제를 피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사례가 최근에는 글로벌 전략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첨단 하이테크분야에까지 급격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내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의 대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전자정보산업 관련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일은 단순히 산업공동화의 우려뿐만 아니라 산업정책에 경종을 울리는 심각한 사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벤처기업들이 선진기술의 조기 입수와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실리콘밸리나 해외의 전문 과학단지에 진출하는 추세는 일면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고부가가치의 핵심산업인 전자정보산업의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되고 있는 현상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전자정보통신 인력의 고실업률을 야기하게 되고 나아가 기술경쟁력을 약화시켜 21세기 우리나라 전자정보산업을 어둡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산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자정보산업에 대한 국가정책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권역별 전자정보 산업단지를 조성해 해외보다 유리한 산업환경이 되도록 산업정책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영상산업은 관광산업과 마찬가지로 무공해산업이면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유망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영상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21세기 문화전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영화 진흥정책은 고부가가치산업인 영상산업의 대외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문화정체성의 확립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당은 14대 국회 이래 지금까지 한국영화 보호제도인 스크린쿼터제를 강력히 주장한 바 있으며 이밖에도 등급심의제(변형된 사전심의제)의 폐지 및 완전 등급분류제 도입 △성인전용관 제도의 도입 관 주도인 영화진흥공사의 개편 영화진흥기금의 확충 및 문화산업지원 특별자금 신설 영화기획(아이디어)과 자본을 결합한 영화기획시장의 창출 영화기획물(판권)의 공개입찰제도 실시 배급유통부문의 현대화를 위한 극장의 통합전산망 구축 소형 단편영화에 대한 영화진흥기금 무상지원 및 일반 영화관에서의 동시상영 권장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정보화가 필연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으로 인한 빈부격차의 확대, 개인정보 누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 등 정보화의 역작용도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체의 복리증진을 위해서는 상당한 역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정보화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역작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신중하게 정보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과 그 이유를 밝혀주기 바랍니다.
▲우리 당의 입장은 정보화의 강력한 추진입니다. 정보화의 급속한 발전으로 정보화의 역기능이 초래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만 정보화는 이미 모든 영역에서 생활, 보편화되어가고 있으며 정보화의 발전을 제어 내지는 통제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정보화의 급속한 발전으로부터 파생되는 역기능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나가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음란물 유통에 따른 퇴폐문화의 만연에 대해서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퇴폐문화를 단속하고, 개인정보의 유출에 대해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부호화 및 암호화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기술적으로 접근하되 현재 정보통신부 산하에 설치돼 있는 「정보보호센터」의 조직, 인력 및 기능을 강화해 나간다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단절된 남북한간 통신교류의 확대는 민족의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북간 통신교류를 확대하고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남북한간 정보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남북한간의 정보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의 첩경은 방송 및 통신교류의 확대일 것입니다. 우선 대북 경수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신포, 금호지구를 중심으로 남북한 통신망을 구축해 통신교류를 확대하고 남북한간 합의가 가능할 경우 합의된 지역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통신망을 확충해 나가는 것이 순리적이라 생각합니다.
통일에 대비한 남북한간의 정보격차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위성통신 및 위성방송을 중심으로 한 정책추진이 유리하다고 봅니다. 위성통신 및 위성방송의 경우에는 북한측의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수신이 가능하며 이미 우리가 구축해 놓은 방송통신망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통일 후에도 무선망을 중심으로 통신망을 구축할 경우 조기에 통신망 구축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통신 및 방송교류은 남북한간의 정보격차 해소와 문화의 동질성을 추구하는 실마리가 돼 남북통일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리=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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