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위기의 오디오산업 (중)

현재 국내 오디오업체들이 처한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국내 오디오업체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그나마 예상 매출액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 무이자 할부판매 등 무리한 판매행사를 실시해 업체들의 수익성은 지난해보다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국내업체들의 오디오 관련 매출액은 약 2천5백3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천7백49억원보다 9% 정도 줄어든 수치다. 국내 업체들 가운데 삼성전자 등은 지난해보다 무려 1백억원 이상의 매출이 감소했으며 LG전자, 대우전자, 롯데전자, 아남전자 등도 20억∼40억원 가량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67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하고 2백억원 가량의 매출액이 증가한 해태전자의 경우도 오디오의 내수부문 매출은 오히려 20% 가량 떨어졌으며 순이익이 발생한 것은 서울 도봉구 방학동 부지 매각에 따른 특별이익이 계상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디오업체들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은 오디오 시장을 주도해왔던 미니컴포넌트와 카세트류의 판매가 저조한데다 용산전자상가, 대형할인전문점 등에서 외산 저가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전 3사는 특히 오디오 매출 가운데 대부분을 카세트와 미니컴포넌트에 의존해왔는데 불황에다 수입 오디오의 급증까지 겹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디오 업체들의 위기상황도 다양하다. 인켈과 나우정밀을 흡수합병한 해태전자는 기아그룹의 부도 여파로 지난달 그룹 위기설에 휘말려 한바탕 홍역을 치렀으며 아남전자는 오디오 매출감소에 대해 별 다른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태전자는 그나마 컴퓨터, 정보통신 분야로 사업다각화를 적극 추진, 최근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네트워크 PC와 개인휴대통신(PCS) 단말기 분야에 희망을 걸고 있으며 아남전자는 최근 특수를 맞고 있는 과외 위성방송시스템 사업과 광폭 TV 등에서의 매출로 오디오 매출을 상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업계의 관심을 끌며 진행했던 하이엔드 오디오사업을 최근 거의 중단한 상태이며 사업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대부분의 생산라인을 국내 중소기업이나 중국 삼성 오디오공장으로 전환했다. LG전자는 오디오사업의 부진으로 연말까지 구로동 공장을 평택의 멀티미디어 본부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한국샤프는 내수용 생산을 거의 중단하고 일본 샤프로부터 오디오와 일부 가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대우전자도 현재와 같은 형태의 오디오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등 첨단 가전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광픽업 장치를 응용한 신규사업에 나서고 있다. 사업 개시 이후 지난해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롯데전자는 IC카드를 응용한 출입통제시스템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 했으나 최근 이를 포기하고 관계직원들을 계열사로 보낸 상태다.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국내에 약 20여 군데의 하이엔드 오디오 생산업체 가운데 올들어 절반 가량이 문을 닫거나 생산을 중단한 상태며 지금까지 국내 하이엔드 오디오시장을 주도해왔던 수입 제품들 역시 경기침체로 판매가 저조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위기 상황은 단지 오디오산업 내부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반적인 경제문제와 연관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올 연말까지 오디오 산업의 침체는 지속될 전망이며 이같은 위기로 오디오 업계의 시장구도도 크게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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