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미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고전해 오던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세트톱박스) 업계가 유럽시장 공략으로 활로를 열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건인, 아남전자, 현대전자, 신원인더스트리, 한화정보통신 등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생산업체들이 디지털 위성방송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유럽시장을 겨냥, 하반기 들어 국내외 공장에서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의 양산체제에 돌입하면서 본격 수출하고 있거나 이를 추진하고 있다.
작년 말 국내 업체로는 처음 유럽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시장공략에 나섰던 (주)건인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 상반기 착공한 북아일랜드 현지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이르면 이달 말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국, 프랑스, 베네룩스 3국 등을 주된 수요처로 확보하고 있는 (주)건인은 공장건물과 생산설비 등을 북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지원받아 국내에서 공급한 부품을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올초 일본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팔콤사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아남전자는 안산공장에서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생산에 본격 착수, 이달 안에 3만대를 선적하는 것을 시작으로 유럽시장에 진출한다.
지난해 유럽의 3대 디지털 위성방송서비스 업체인 넷홀드와 5년 동안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 현대전자는 올들어 영국의 B스카이B와 일본의 마쓰시타가 합작으로 설립한 BIS사에 이어 이탈리아의 유료 위성방송서비스 업체인 텔레PU사에 대한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공급권을 획득했다. 현대전자의 유럽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시장 공략은 지난 95년 미국에서 인수한 티비컴사와 스코틀랜드 현지공장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또 올 상반기 프랑스의 아스톤사와 7천만 달러(5만대) 상당의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신원인더스트리도 아스톤과 공동개발한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를 최근 충남 합덕공장에서 양산, 프랑스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한편 올초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사업에 착수한 한화정보통신도 제품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유럽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국내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생산업체들이 유럽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세계 최대의 위성방송수신기 수요처인 미국시장은 이미 소니, 마쓰시타, 톰슨 등이 선점하고 있는 데다 최근 위성방송 서비스 업체들이 가입자 확보경쟁을 벌이면서 수신기 납품가격을 대폭 낮춰줄 것을 요청하고 있어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반면 유럽지역은 아직까지 미개척 시장이 많고 국내업체들의 경우 아날로그 수신기 수출기반을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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