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위기의 오디오산업 (상)

국내 오디오산업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오디오시장은 92년부터 정체상태에 빠졌으며 그나마 수입 오디오들이 국내 오디오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국산 오디오의 실제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유통시장이 개방돼 대형 할인매장 등에서 가전제품을 대리점보다 싸게 판매해 가전업체들의 대리점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불황으로 오디오뿐 아니라 가전제품 전반에 걸쳐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오디오산업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대응방안은 제각각이다. 현재 국내 오디오산업이 처한 위기와 현황 및 이에 대한 대처방안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대리점 경력 12년 동안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건 처음입니다.』 『추석 자금은 고사하고 당장 대리점 운영비도 모자란 판입니다. 업종 전환도 생각해봤지만 워낙 불황의 골이 깊어 뾰족한 대안도 없습니다.』

현재 가전 대리점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의 말이다. 몇년째 지속된 불황으로 오디오뿐만 아니라 다른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손님들도 없어 가전매장에는 썰렁한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그나마 소비자들은 국내외 오디오를 종합적으로 판매하는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제품을 구입하고 있으며 주로 찾는 제품은 값이 싸거나 일제 상표가 붙은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상인들 역시 판매 이윤이 국산보다 많은 외산 제품들을 소비자들에게 권하고 있어 국산품의 판매량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국산 오디오의 위기가 판매현장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오디오 시장은 4천8백70억원. 95년에 비해 16% 줄어든 수치이다. 올 상반기 오디오시장 역시 지난해보다 9% 줄어든 2천5백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장규모가 해마다 줄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몇년 동안 오디오시장을 주도해왔던 미니컴포넌트와 카세트류의 판매도 감소추세에 접어들고 있어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미니컴포넌트와 카세트류의 주요 구매계층인 신혼부부들과 청소년들이 오디오 대신 컴퓨터 구입을 선호하고 있으며 그나마 오디오는 대부분 파나소닉, 아이와, 마란츠 등 외국 업체의 제품을 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디오 매출이 감소하자 국내 업체들이 오디오 사업에 대한 시각조정에 나서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 등 해외에 오디오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일부 오디오 전문업체들은 매출액을 확보하기 위해 소형가전이나 수입제품들을 대리점에 공급해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오디오 대리점에서 소형가전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어 이같은 조치가 오히려 대리점의 재고부담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에서는 가정극장시스템, 미니디스크(MD) 플레이어 탑재형 오디오 등으로 신규수요를 창출하려 애쓰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력 자체가 떨어져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결국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오디오 사업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는 판단 아래 대다수 업체들이 사업부를 축소하거나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매출감소로 인한 적자폭을 인건비나 부대비용 축소 등으로 상쇄하자는 전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디오사업을 정리하지 않는 이상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사업규모를 줄이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부터 경기가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실낱같은 희망밖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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