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속대리점체제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다. 가전유통에 관례화되어 있는 전속대리점제의 점진적인 축소 또는 폐지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생각이다. 전속대리점에만 자사 제품을 공급하는 전속대리점체제를 유지하면서는 가전유통산업의 발전을 꾀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통산부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대리점사업자 관련,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하는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유형과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속대리점들이 가전업체의 종속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대리점의 발목을 잡고 있는 담보문제를 해결해줄 방침이다.
최근 열린 「유통혁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통산부의 정석진 유통산업과장은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확대하고 대리점이 제조업체의 종속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용보증기금 등 을 통해 담보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제도적 장치마련에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가전업체들에 의해 운영되어온 전속대리점체제의 폐혜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은 일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널리 통용되고 있는 전속대리점체제는 가전업체들이 대리점으로 하여금 자사제품만 취급토록 함으로써 대리점의 가격결정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신규로 시장진입을 추진하거나 시장지배력이 약한 영세 혼매점들의 가전제품유통에 큰 장애가 되어온 게 사실이다. 또 일부 가전업체들의 경우는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 거래행위를 조장하거나 유통시장의 대외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양판점이나 아울렛 등 신유통업태들의 확산을 제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가전업체의 전속대리점 비율은 7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경우 가전대리점의 전속대리점의 비율은 23∼24%밖에 되지 않고 전문양판점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는 전속대리점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가전유통로의 폐쇄성과 배타성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뒤늦게라도 전속대리점체제를 개선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전대리점의 전속체제를 빠른 시일내에 대폭 개선하기는 어렵다.
한국유통정책연구원 최장호박사는 『전속대리점제도의 폐해가 크다고 하더라도 배타적 거래와 판매영역제한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직권조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속점 제도를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속대리점체제로 운영되어온 가전대리점을 강제적으로 양판점 또는 혼매점으로 바꾸는 것보다는 전문양판점과 같은 새로운 유통업태가 출현할 수 있도록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고 기존 전문대리점을 양판점으로 업태전환을 유도해 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업체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가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배타적 조건거래행위 등 불공정 거래행위의 규제하는 것은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가능하다』며 『그동안 가전유통산업의 발전에 초석이 되어온 전속대리점체제를 강제적으로 해체하기 위해 별도의 법을 만드는 것은 분명 재고되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가전업체와 전속대리점들은 모두 전속대리점체제가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는 기존 소규모 가전 전속대리점들이 지역별, 업종별 시범조합 내지 상업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자생력을 갖도록 하는 지원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시급하다. 전속대리점들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산업기반기금의 유통합리화 자금을 지원, 확대하고 공동구매를 통해 제조업체에 대한 교섭력을 높여 자연스럽게 공정거래가 이루어지도록 분위기도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기존 대리점들이 공동출자하여 전문판매회사를 설립토록하는 한편 도매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줌으로써 제조업체와 평등한 관계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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