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가전 전속대리점 어디로 가나 (중)

우리나라 가전제품시장에서의 전속대리점체제는 지난 70년대 초 제조업체가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면서 대량유통 경로의 필요성에 의해 태동했다. 당시 유통업의 낙후로 인해 제조업체는 스스로 대리점이나 직매점 형태의 독자적 유통망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동안 전속대리점체제는 제조업체가 스스로 대리점을 만드는 방법으로 유통망을 장악해 가격결정권을 가지면서 매장확보 등 유통관리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장점 때문에 국내에서 널리 통용돼 왔다.

최근 신업태의 대거 등장으로 전속대리점체제의 존립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긴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전자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우선 제조업체의 입장에서 보자. 제조업체들은 전속대리점체제를 운영하면서 대량판매와 함께 대량생산을 할 수 있고, 판매가격 유지 등과 같은 마케팅정책을 효율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전속대리점을 통해 소비자 및 판매동향의 정보를 손쉽게 획득해 계획적인 생산활동을 영위할 수 있으며 경제적으로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또 광고 등 투자효과가 유출되지 않고 모두 자사에 귀속되는 점도 전속대리점을 운영하는 효과부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유통업계 쪽에서도 그동안 전속대리점방식의 유통으로 나름대로 이익을 누려왔다고 할 수 있다. 제조업체로부터 전폭적인 경영지도와 자금지원을 받고 있으며 전문적인 상품지식, 영업방식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전달받음으로써 AS와 판촉활동을 손쉽게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다 특정회사 상품을 집중 매입함으로써 장려금, 리베이트를 받아 마진을 챙기고 있으며 대리점별 상권조정으로 특정지역 내에서 어느 정도 독점적 판매권을 확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전속대리점체제를 통해 보다 나은 상품과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산업적으로는 전속대리점체제가 미국, 일본 등 외국 유명제품의 국내 유입을 지연시켜 왔으며 대규모 선진 유통업체들의 진출도 막아왔다.

그러나 전속대리점체제는 초기비용 과다지출과 함께 품질 이외의 불필요한 경쟁관계를 조장할 뿐 아니라 중소 제조업체와 후발 경쟁제조업체의 시장진입을 막는다는 부정적인 면이 적지 않다.

전속대리점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기업들은 전속유통망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고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광고와 점포 차별화,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벌이면서 추가로 관련 제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전속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제조업체는 확고한 브랜드 로열티(상표 충성)와 우세한 유통망을 이용해 후발업체를 견제하는 한편, 전속유통망 확보가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대다수가 대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통시장 측면에서 보면 전속대리점체제는 자본과 운영기법 등 우수한 전문유통업체의 진출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국내 유통산업 발전을 저해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전속대리점들은 자주성을 상실해 유통업체 자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상품매입 선택권의 제약으로 불필요한 재고부담을 안게 되는 한편 혼매를 추진하는 대리점들에게 명시적, 묵시적으로 제재, 업태변경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에게는 상품구입 정보조사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고 상품선택의 폭을 축소시키는 동시에 외관 디자인을 과도하게 변경, 기술과시형 신상품을 빈번히 출시해 정보에 어두운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게 된다.

이같이 전속대리점체제의 장, 단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흑백논리로 실마리를 풀어가기 힘든 상황이다. 아무리 유통환경이 바뀌더라도 그동안 전자산업의 하나의 축으로 역할을 해온 전속대리점체제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는 없다.

<원연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