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은 늘어나고 수출은 줄고.」
가전제품의 대표주자인 컬러TV가 요즘 겪고 있는 현상이다. 올들어 컬러TV 수출은 30% 이상 감소한데 비해 수입은 70% 이상 급증, 크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절대 규모면에선 7개월간 수출이 8억4천만달러대고 수입은 3천만달러대로 8억달러 이상 큰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종전에 비해 그 격차가 급속히 좁혀들고 있다.
수출이 격감하고 있는 이유를 보면 더욱 암울하다. 원화가 평가절하됨으로써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공식도 엔低로 먹혀들지 않고 있으며 전자3사가 애써 닦아온 틈새시장도 치열한 경쟁구도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컬러TV 수출증가세를 주도하다시피 한 러시아와 브라질이 올해 수입제품의 진입장벽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수출감소의 구조적인 이유로 전자3사의 해외 현지생산 확대를 들고 있지만 올해에는 컬러TV의 해외 신증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지도 않아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지난해 5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국산 컬러TV 수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으로 떠오른 동구지역의 경우 올들어 7월까지 전년동기대비 52.5% 줄어들었으며 아시아(36.6%) 중남미(24.5%) 중동(14.5%) 등 최근 몇년간 열심히 닦아온 신흥시장에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과거 컬러TV 주력 수출시장이었던 북미지역은 올해도 67.4% 감소하면서 4백70여만달러에 그쳤으며 유럽수출만이 50% 이상 증가했다.
이에 비해 컬러TV 수입은 올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 제품의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이는 곧 해외의 유명브랜드가 전자3사의 브랜드를 급속히 잠식할 수 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컬러TV의 대일수입은 7월까지 무려 4백35.6%가 증가, 7백만달러 선을 넘어섰는데 거의 대부분이 9인치 소형 액정TV다. 이는 국내 액정TV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임을 시사하는 한편으로 시장형성의 주도권을 일제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자3사는 최근 박막트랜지스터 액정 디스플레이(TFT LCD)를 채용한 TV를 잇달아 개발해 내놓고 있으나 일본제품에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대형TV도 올들어 미국산 29인치급 소니 브랜드가 국내시장을 저가로 공략하면서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싱가포르에서 유입돼온 필립스 제품이 큰 폭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최근 국내 컬러TV의 주 수요가 25인치에서 29인치로 옮겨가면서 여기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는 가전업계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다만 하반기들어서 미국산 대형TV의 수입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주춤하고 있지만 내수시장에서도 국산 브랜드의 허약상을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또 이러한 컬러TV 수입 증가추세를 볼 때 컬러TV가 수입선 다변화 품목에서 모두 해제될 경우 국내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의 강세는 즉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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