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수입선다변화 해제 대책.. 고급시장 조기 성숙

전기보온밥솥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이르면 98년이나 늦어도 99년에는 해제될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이를 생산하고 있는 가전업체들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가전업계는 그동안 국내산업의 보호차원에서 진행돼왔던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갈수록 통상의 걸림돌로 작용해온데다가 최근 WTO체제의 출범 및 OECD 가입 등으로 더 이상 방패막이로 붙들어 둘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인식해왔다.

이에따라 가전업계도 나름대로 외산 전기보온밥솥의 유입에 대응할 방법을 모색해왔고 특히 일본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시장분석, 품질개선, 기술도입 등 발빠른 준비를 해왔다.

이같은 가전업계의 노력은 단순히 취사, 보온 일변도의 기능뿐이었던 국산제품을 마이컴회로의 장착, 뉴로퍼지기술의 도입, 전기압력기술의 개발, IH기술의 국산화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고급, 고가제품으로 변모시켜왔다. 또한 기능에 있어서도 밥만이 아니라 탕, 죽, 찜 등 다양한 복합기능을 추가해 만능 조리기기로 탈바꿈해왔다.

중소업체인 대웅전기는 전기압력기술을 자체 개발, 국내 최초로 전기압력보온밥솥을 만들어냈고 LG와 삼성은 일본의 IH기술을 도입, 국산화시켰으며 이에 뒤질세라 대우도 진공압력기술을 개발,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동양매직은 독자적인 SH기술을 개발했고 중소업체인 반성은 전자동 체결방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국제특허까지 출원했다.

그러나 가전업계는 아직까지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큰 과제로 들고 있는 것은 그동안 전문업체로 성장해왔던 일부 중소기업의 자생력 확보다. 한때 양사가 합쳐 국내 전기보온밥솥의 시장점유율이 70∼80%에 이르던 한미나 마마 같은 전문업체들이 최근 부도를 겪은데다 첨단 기술력의 부족으로 제품을 보완하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대웅전기, 삼성전자, LG전자, 동양매직 등이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고가시장의 미성숙도 또 하나의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가전업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아주 냉엄하게 사태를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젠 정부도 더 이상 봐주기는 어렵다. 가전업계가 제품의 고급화, 고가화로 시장을 선도해온 것은 올바른 대응책이었다고 보지만 보다 빠른 시장성숙을 위해선 돈독한 협력 아래 기술개발과 투자를 진행하는 등 공동 대응을 했어야 한다』며 『하루빨리 시장안정화를 이루기 위해선 이제라도 소비자들을 고가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도록 기술력 보완뿐만 아니라 광고 및 홍보 등 판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하튼 국내 소형가전 중 최고의 보급률과 최대의 시장규모를 자랑했던 전기보온밥솥시장에도 수입선 다변화 해제와 맞물려 이제 한바탕 세력 재편바람이 불 모양이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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