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플레이어가 출시된 것을 시작으로 국내에도 형성되고 있는 디지털 가전시장에 대한 주요 가전업체들의 전략이 종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은 올들어 인터넷TV, 디지털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가전제품을 속속 상품화하고 있으나 막대한 개발비와 초기 수요창출 비용 부담으로 인해 초반부터 자사가 경쟁사보다 유리한 사업품목을 선별, 이 품목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방식은 그동안 가전업체들이 백화점식으로 사업품목을 운영해 왔던 것과 다른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DVD플레이어를 필두로 올들어 디지털 캠코더, 인터넷TV, 디지털 카메라를 상품화, 가전3사 가운데 디지털가전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특히 디지털가전제품 중에서도 DVD플레이어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우선 시장여건이 성숙하지 못한 국내보다 미국, 중국, 동남아, 호주 등지를 겨냥,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DVD플레이어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디지털 가전제품 가운데 맨 먼저 상품화한 DVD플레이어시장에서 첨단기술력을 인정받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향후 디지털가전시장을 선점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94년에 수립했던 「하이미디어」전략이 수포로 돌아갔던 LG전자는 디지털가전사업과 관련해 기술력 과시나 이미지 제고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DVD사업의 경우 DVD플레이어보다는 CD롬드라이브로 탄탄한 기반을 다져놓은 DVD롬 드라이브 쪽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디지털 캠코더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지난 95년 표준해상도(SD)급 시제품을 개발했으나 상품화와 생산라인 신설에 1백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부담과 이미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화를 보류한 상태다.
대우전자는 올들어 디지털미디어 사업부를 신설하고 디지털가전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으나 디지털가전제품 시장이 성장기에 들어설 때까지 당분간은 기반기술 축적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직까지 시장성이 불투명한 디지털 가전시장에 서둘러 진입, 기술력과 투자여력이 앞선 업체들과 정면 대결하기보다는 시장추이를 지켜본 후 수익성이 보장된 시점에서 시장에 가세하는 캐치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디지털 VHS, VCR 등 기존의 아날로그 기술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가전제품 상품화에 주력함으로써 틈새시장에서 입지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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