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차세대 2차전지 개발방향

程漢基 청전에너테크 기술이사

전지 개발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완전한 전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사용재료들의 복잡한 화학적 메커니즘을 우리가 원하는 화학적 반응으로 유도하고 원하지 않는 반응은 억제시키는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수율 증대를 위한 기계적 메커니즘을 각 공정간에 원활한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하드웨어의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근래 국내 기업들이 주로 개발하고자 하는 리튬이온전지만 보더라도 일본의 소니는 지난 80년부터 사내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전담팀을 구성하여 10여년의 노력 끝에 91년 양산에 성공했다.

그러나 국내 대다수의 기업들은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만으로 단기간에 성공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접근방법은 전지기술의 저변확대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이를 통해 양산에 성공한다고 해도 막대한 투자비에 따른 치명적인 자금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일본 등 선진 전지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열세를 모면키가 어려울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춘 차세대 2차전지를 개발, 생산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가지 항목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

첫째 개발하고자 하는 전지의 성능 문제다. 전지 용량을 결정하는 전극 재료들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수입재료조차 고급 등급은 구입하기가 힘들고 이미 보편화된 등급의 제품만을 구입할 수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자체 재료개발이 선행되지 않으면 차세대 2차전지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성능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둘째 생산성의 문제다. 2차전지에 대해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일본의 업체들도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양산수율이 50% 정도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이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대부분의 국내 전지개발 회사들은 이와 같은 문제를 선진국으로부터의 설비도입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 것 같다. 그러나 전지의 생산수율은 설비의존도가 매우 높아 외국업체들이 첨단설비를 선뜻 내주지도 않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기술특허에 대한 문제다. 일본의 경우 첨단 전지의 특허가 매년 1천여건 이상 출원되고 있다. 최근에 와서 국내에서도 상당량의 일본 특허가 출원 등록되고 있다. 개발 초 기부터 특허에 대한 대책을 갖고 있지 않다면 설사 개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선진 제품의 「카피」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며 특허사용에 대한 막대한 로열티 지불로 가격경쟁력은 더욱 상실될 것이다.

넷째 안전성 확보의 문제다. 성능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서 소홀히 하기 쉽지만 성능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성의 확보다. 전지는 기본적으로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장착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보이는 안전장치보다 안전한 고순도의 재료를 개발하고 생산공정의 관리를 통한 근본적인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미 일본 유수의 전지회사도 안전성 문제를 경험한 바 지금도 가장 심혈을 기울여 연구하는 분야가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취약한 기반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현재의 한정된 예산을 나눠먹기식으로 배분하는 형태가 아닌 각사가 중복으로 개발하고 있는 재료 개발 등의 원천 기반기술 개발에 집중,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업체들도 생산성 및 안전성과 관련한 독자기술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연구, 개발을 집중,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를 포함한 관련 당사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정확한 문제점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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