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산업을 비롯한 국내산업 전반의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유독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이동통신 관련기기 시장에 대한 업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휴대통신 관련시장에 업체들이 잇따라 참여하고 있는 것은 매출을 보전해 당장의 불황을 극복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성장산업 의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품산업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중소기업 계열화 품목이나 고유업종은 아니더라도 그동안 중소기업들의 영역으로 여겨져왔던 통신용 스위칭모드 파워 서플라이(SMPS), 각종 휴대장치용 전지팩, 통신용 수정진동자 등 중소기업형 시장에 대기업 및 중견 기업들이 속속 참여하고 있거나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중견, 중소 업체들의 텃밭이었던 통신용 전원공급장치 시장의 경우 최근 LG산전이 통신용 정류기사업에 참여한 데 이어 PC용 등에 주력해왔던 삼성전기가 통신용 DC/DC컨버터로 SMPS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통신용 정류기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전지팩의 경우도 로케트전기, 서통, LG화학, 성우그룹 등이 이미 이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태일정밀, 대우전자부품 등도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한 대기업이 중소기업 계열화 품목인 수정진동자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통상산업부에 질의서를 내 「통신용 칩형 제품은 중기 계열화 품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고 사업을 추진하려다 기존 업체들의 반발로 주춤한 상태다.
물론 대기업들이 기존 중소기업들이 해오던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무조건 잘못됐다고 볼 수도 없거니와 기업이 나름대로 산업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영역으로 저변을 넓혀가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는다는 것도 세계적인 추세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통신용 전원공급장치 시장에 참여하려는 대기업의 경우 이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인데다 그동안 주력해왔던 PC용 SMPS 등이 관련 세트시장의 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전지팩의 경우도 시장에 참여했거나 추진중인 대기업들의 상당수가 현재 초기생산에 들어갔거나 생산을 추진중인 차세대 2차전지의 기본적인 수요처를 확보해 두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대기업의 중소기업형 제품시장 참여를 거론하는 것은 대기업들의 매출확대를 위한 「사업다각화」 움직임들이 자칫 기존 중소기업들은 물론 관련산업 자체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구조상 대기업은 대부분 시스템 업체들을 계열사로 가지고 있어 안정적인 수요확보가 가능해 기존 중소업체들의 입지를 위협할 소지가 큰데다 대기업의 속성상 지금 당장은 불황극복의 한 수단으로 사업에 참여했지만 경기가 호황기조로 반전돼 상대적으로 다른 사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사업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로 인해 자칫 기존 중소업체들이 오랜 기간 구축해 놓은 부품산업의 저변까지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중견 부품업체를 인수한 기업들이 잇따라 인수업체의 주력을 컴퓨터나 정보통신쪽으로 빠르게 전환해 부품산업의 기반을 적지 않게 약화시킨 것에서도 대기업의 행태를 엿볼 수 있다.
대기업은 어떤 식으로든지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해야 할 위치에 있다. 중소기업형 시장참여 문제는 중기 영역이나 법 규정을 논하기에 앞서 대기업들이 산업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알아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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