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泰勇 이리디움 대표
상품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것은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지금까지 모든 기업은 주로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상품의 생산성, 기능성, 편리성 등 상품의 본질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상품개발 컨셉이었던 것이다.
반면 디자인의 중요성이 인식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지금까지는 상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기분,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는 욕망을 존중한 상품개발 컨셉이 외면당해온 것 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기업은 기능과 용도로 집약되는 상품의 본질적인 가치에 집착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불황기속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비즈니즈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기업은 보수적으로 변하고 효율과 합리성이라는 이유를 들어 보다 진취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일본을 비롯해 선진국을 추격하고 있는 나라의 기업은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하기 보다는 선진국의 기업들이 호황기에 해야만했던 것들이나 결과적으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예리하게 짚어봐야 한다. 80년대의 일본, 즉 호황을 구가할 때 일본기업의 자취는 혹독한 불황을 겪고있는 90년대의 한국기업에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80년대까지 일본기업이 추구해온 상품의 가치는 상품의 본질과 동일시됐다. 90년대 초반의 거품경제 안에서도 이러한 대세는 변하지 않았다.
그 이후 일본기업들이 디자인과 이미지로 대변되는 「부가가치」 경쟁에 돌입하게 된 것은 결국 일본기업들이 그동안 표면적이고 애매모호한(Fuzzy)것의 가치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부가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외면, 바로 이것이 일본기업이 호황기를 단축한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을까.
일본기업이 경시해왔던 부가가치야말로 현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상품가치인 것이다. 부가가치치라고 하는 것은 디자인이나 광고문구가 말하는 이미지 등 겉으로 드러나는 것부터 시작하여 상품의 실체에 깊게 파고드는 힘을 갖고 있다.
또한 많은 다양성을 낳고 상품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기도 한다. 예를들어 오디오가 인테리어 상품이 되기도 하고 자동차가 액세서리도 되는 것처럼 제품 본연의 기능이나 용도와 다른 요소들이 커다란 의미를 갖게된다. 바로 이것이 부가가치가 갖고 있는 힘이다.
한국의 기업과 일본의 기업사이에는 작지만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디자인과 테크놀로지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데도 우수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과거 강력한 영향력을 갖췄던 일본기업 역시 여러가지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는 단지 품질이 좋고 저렴한 상품은 유사한 품질과 가격이 더 싼 상품에게 쉽게 추월당하고 만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이러한 교훈을 거울삼아 한국의 기업이 일본기업의 전철을 밟지 않고 부가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상황의 역전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이러한 움직임은 어떤 상품이 다른 상품보다 성능이 약간 낫고 가격이 조금 낮다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을 보장할 수 는 없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기능(상품의 본질)을 넘어 소비자의 욕망을 형상화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러한 작업을 행함에 있어서 그 기업이 추구하는 프로덕트 아이덴티티(PI), 브랜드 아이덴티디(BI), 기업 아이덴티티(CI) 등 3가지 아이덴티티가 이상적으로 결합된 상품으로 표현된다면 그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분명히 다른 시각으로 보여지게 될 것이다.
결국 진정한 상품의 가치란 공급자의 마음속이 아닌 소비자의 욕구를 읽어내어 어떠한 형태로 구현하는지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정형화된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이 향후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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