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신시장이 경쟁체제로 바뀌어가고 있다. 유럽의 변화는 지난해 획기적인 통신법안을 통과시켜 완전 시장경쟁 체제로 큰 걸음을 내디딘 바 있는 미국의 통신업계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이미 유럽에 진출해 있는 미국 통신업체들의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거대한 통신시장으로 꼽히는 유럽 각국의 변화는 이른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세계 조류의 도도한 흐름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다.
내년 1월 1일부터 개방되는 유럽의 전화시장과 네트워크시장은 대폭적인 규제완화가 이뤄지게 된다. 유럽의 규제완화 움직임은 세계무역기구(WTO)가 국제전화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지난 2월 제네바 회담을 개최해 각국의 이해를 조정, 타결한 것이다.
이 가운데 영국은 국제전화 서비스 부문에서 44개의 신규사업자를 선정함으로써 전화시장 진입장벽을 완전히 허물었다. 핀란드와 스웨덴, 덴마크는 규제를 꾸준히 완화해 가고 있다. 통신시장에서 독점적인 구조를 유지해온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이 정한 시한에 맞춰 내년 1월부터 음성서비스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네덜란드는 올해 7월 1일자로 완전 자유화를 실현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전력회사와 케이블회사간 컨소시엄인 에네르텔을 비롯해 브리티시텔레컴(BT), 덴마크 철도회사 등이 모여 구성한 텔레포트에 이미 허가를 내주었다.
규제 완화가 상대적으로 느린 국가는 벨기에. 벨기에 정부는 자유화 추진을 EU의 일정에 맞추는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탈리아도 텔레콤이탈리아가 부분적인 경쟁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EU가 제시한 자유화 추진일정에 비추어 볼 때 여기에 맞추지 못하는 좋지 않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도 2003년까지 자유화 일정을 보류해 두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도 유럽시장을 상대로 하는 유니소스 컨소시엄에 국영통신회사가 참여하기 때문에 EU와 부분적인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독점지위를 누려온 미국의 지역전화회사들도 유럽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메리테크는 벨기에의 벨가컴과 노르웨이의 네트컴GSM 등과 인수, 합병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고, 벨애틀랜틱은 데이터서비스 회사인 인포스트라다, GSM 기업인 옴니텔프런트이탈리아, 소프트웨어 기업인 소달리아 등 이탈리아 정보기술 3개 업체에 투자했다.
특히 미국 전화회사인 MFS커뮤니케이션스가 장거리 전화회사인 월드컴과 손을 잡고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파리를 잇는 메트로폴리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어 통신시장에서의 경쟁 양상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성급한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자유화 경향에 걸림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계속적인 규제완화와 더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한 국가에 적정한 전화네트워크는 얼마만한 수준인가」라는 근본적인 논의에서부터 허가기준, 범유럽 네트워크 사업자와 한 국가내 사업자간의 관계정립, 기존 사업자와 신규사업자간 접속료, 가입자들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에 따른 국가보조 수준에 관한 논쟁 등이 중점적인 해결 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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