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업체들의 표준화를 둘러싼 시장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일본, 유럽의 반도체업체들은 향후 반도체시장을 이끌 2백56MD램 및 1기가D램의 생산공정과 고속D램의 기술분야, 12인치(3백㎜) 웨이퍼 가공방식 등에 관해 자사 기술 중심으로 표준화를 이끌기 위해 한치의 양보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표준화 주도권 쟁탈전은 최근 국가를 초월해 생산방식과 기술이 유사한 업체끼리 국제적 컨소시엄까지 결성하는 등 세력싸움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표준화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2000년대 초반 실용화할 1G급 D램분야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시제품을 내놓아 이 분야 표준 획득에 한발 다가섰으나 IBM, 도시바, 지멘스와 TI, 히타치, 미쓰비시 등이 각각 연합을 구성,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예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메모리 셀 구조를 스택방식으로 하느냐 트렌치 방식으로 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벌이는 이 분야의 표준화 싸움은 향후 D램시장에서의 사활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D램의 속도를 둘러싼 표준화 경쟁도 집적도 경쟁만큼이나 치열한데 이 분야는 한국, 미국, 일본의 11개 업체들이 오픈 포럼을 결성, 기술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개발하고 있는 더블 데이터 레이트(DDR)형과 인텔의 지지를 받고 있는 램버스형의 경쟁으로 압축되고 있다.
웨이퍼분야의 주도권 싸움은 3백밀리 웨이퍼 실용화를 둘러싸고 미국 세마테크가 중심이 된 I300I컨소시엄과 일본 세리트가 주도하는 J300I컨소시엄간 경쟁으로 이 싸움은 모든 반도체업체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세계 주요 업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각 분야 표준화 경쟁에 어떤 업체가 참여하고 그들이 내세우는 기술이 무엇이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사활을 걸다시피하면서 표준화에 나서고 있는 배경은 무엇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것인가 하는 것이다. 두 말할 필요없이 반도체가 이제 단순한 부품의 개념을 넘어서 모든 전자관련 기기의 성능과 부가가치를 결정하는 「핵심기술의 집적체」로 자리 잡아가고 있고 이 분야의 실질적 표준 획득은 곧 바로 막대한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반도체업체들도 국제적인 반도체 표준화 흐름에서 뒤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반도체시장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CPU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처럼 한 업체가 시장 전체를 주도하는 일은 어려워지고 있다. 반도체 제품이 다양해지고 고성능화하면서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고 영업측면에서도 다른 업체와의 제휴 없이는 시장점유율 확대가 불가능해 주도권 획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업계에 전략적 제휴가 활발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 점은 우리 업체에게 표준화 주도권 참여를 가능하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 일부 분야 표준화 주도권 싸움에 우리나라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분야에서 흐름만 지켜보는 방관자적 입장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이 그랬듯이 반도체산업도 미국과 일본업체들의 뒤를 따라가며 이들이 개척해 놓은 시장을 가격과 물량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식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표준화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국내업체가 D램 반도체 최대 공급업체로 올라선만큼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국제적인 표준화 흐름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더 나아가 세계 표준화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메모리와 로직을 원칩화하는 시스템LSI 분야나 3백㎜ 웨이퍼 가공기술분야의 경우 세계적인 표준화 진전 상황을 정확히 추적해야 향후 생산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국내업체들이 지금과 같은 소극적인 태도로는 기술력이나 국제적인 활동경험 등 모든 분야에서 해외 선진업체들을 결코 앞서 나갈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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