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영화산업 투자

일신창업투자(주)수석심사역 金昇範

창업투자사들의 영화투자는 지난 95년 말 장은창투와 일신창투가 「은행나무침대」에 공동으로 투자하면서 활성화했다. 96년 2월 개봉된 「은행나무침대」는 서울에서만 68만명을 동원하면서 역대 한국영화 흥행 베스트 5에 오르는 실적을 올렸다. 이같은 흥행성공에 힘입어 창투사들의 영화투자가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다.

당시 창투사들은 영화를 비롯한 영상SW산업분야에 대한 투자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는데 이같은 움직임이 제작비 마련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영화제작자들의 의지와 맞물려 창투사들이 활발한 영화투자를 벌이게 되었던 것이다.

창투사와 충무로 영화계의 동반관계는 △제작사가 악성자금에 시달리지 않고 제작업무에만 몰두할 수 있었고 △자금부족으로 인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서둘러 팔게 되는 영화의 각종 판권(지방극장 판권, 비디오 및 TV판권)들의 판매에 여유를 갖도록 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으며 △영화초보자인 창투사들에 투자 및 관리에 대한 노하우등을 얻게 했다.

이같은 이유들로 충무로 영화제작자들의 투자요청이 창투사에 현재까지 쇄도하고 있다. 특히 충무로 영화계의 주요 자금줄이었던 대기업들이 제작사와의 이익분배율을 7대3으로 요구하고, 극장배급권과 비디오 및 TV 등의 판권행사까지 독식하고 있는 데 반해 창투사들은 이익분배율이 5대5이며 배급권과 판권의 행사를 제작사와 합의해서 결정하는 등 계약조건이 제작사에 유리해 투자요청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신을 제외한 장은, 한림, 동양, 대우 등의 창투사들은 대부분 영화투자에서손을 떼고 있다. 투자과정에서 수많은 변수와 어려움들이 발생, 창투자들의 「영화투자 재고」를 불러온 것이다.

기본적으로 「흥행」이라는 예측하기 힘든 변수에 모든 수익구조가 종속돼 있어 투자 위험부담이 크며, 영화 제작업계의 관행과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투자로부터 이익회수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다른 산업에 비해 투명하지 못하다.

산업적 측면에서의 영화투자 장애요인들을 나열하자면 우선 산업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프라(하부구조)가 취약하다. 영화제작에 필수적인 각종 장비들을 대여하는 회사가 없어 값비싼 장비는 홍콩이나 일본에서 빌려와야 하는 실정이며 내실있는 촬영장이나 스튜디오 등의 시설도 없다.

배급구조도 취약하다. 극장들간 전산시스템이 통합돼 있지 않아 영화를 개봉하면 전국 개봉관에 일일이 입회요원들을 파견하여 입장객 수를 체크하고 있다. 관객으로 통칭되는 영화소비자들이 극장을 찾는 소비행태를 이루기 위해 겪어야 하는 불편함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예매제도가 원활하지 않아 극장 앞에 갔다가 발을 돌리는 일이 빈번하고 심지어는 웃돈을 주고 암표를 사야 하며, 가족들과 자동차를 몰고 극장을 찾아도 주차할 공간이 없어 당황하며 극장안은 냄새나고 비좁다.

이와 함께 제작사의 기획력 부족 및 합리적인 경영의 부재도 큰 장애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서 기획과 준비과정이 영화성패를 좌우한다. 그러나 우리의 제작사들은 이에 소홀하다. 외국의 경우 하나의 영화에 소요하는 준비기간이 무려 1년이 넘는 대신 촬영을 시작하면 보통 2개월을 넘지 않는 것에 비해 우리는 준비기간보다 촬영기간이 긴 것이 일반적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우수한 영화제작인력이 원활하게 유입되지 않고 있는 데다 대부분의 제작사가 영세해 오랜 기간을 사전준비에 쏟아붇는 부담을 감내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최근들어 이같은 장애요인들이 개선되는 조짐이 보여 고무적이다. 일단 많은 기업들이 사업다각화의 측면에서 영화산업에 뛰어들고 있어 제작사와 다양한 자본과의 결합이 용이해졌고, 영화를 꿈으로 생각하는 젊은 감독과 제작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젊은 영화인들이 외국으로 나가 다양한 방면에서 영화산업을 공부하는 등 한국영화계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젊은 제작자들이 외국과의 합작을 통해 영화를 만들고 제작과정 선진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등 구체적인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복합영화관의 증가와 영화관련 시설들이 현대화되고 심지어는 몇몇 대기업들이 외국의 일류 극장체인들과 손을 잡고 멀티플렉스(쇼핑센터와 오락시설을 동반한 복합관)의 형태로 영화관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는 대규모 주거지역들내에 스크린 수 10개가 넘는 영화관들이 들어설 것이다.

한국영화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따라서 영화투자로부터 발길을 돌린 각종 영화자본들이 되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