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킨토시 신화를 창조한 애플컴퓨터의 설립자 스티브 잡스가 지난 85년 초 애플컴퓨터의 회장으로 있을 때 얘기다. 그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래된 기업이 젊은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되고 진부한 체계를 모두 없애주기 때문이죠.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사라지는 게 당연한 현상입니다.』
당시 서른살도 채 안된 그는 기업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도태를 생태계의 죽음을 목격하듯 담담하게 말했다. 한마디로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당시만 해도 스티브 잡스는 이같은 자신감을 가질 만 했었다. 약관의 나이로 애플컴퓨터의 회장직을 맡고 있으면서 연간 15억달러의 매출실적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창 잘 나가던 잡스는 85년 9월에 비운을 맛보게 된다. 자신이 고용한 존 스컬리 사장이 증자에 따른 경영부진의 책임을 물어 지휘권을 박탈함으로써 정든 애플컴퓨터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잡스는 그후 넥스트소프트웨어사를 설립하고 교육용 워크스테이션을 개발하면서 재기에 성공했으며 「픽서애니메이션」이라는 영화제작용 컴퓨터그래픽 회사를 설립해 만화영화 「토이스트리」를 제작함으로써 대흥행을 기록했다. 이어 올 봄에는 애플컴퓨터의 질 아멜리오 회장의 비상구조 요청을 받아들여 넥스트소프트웨어를 애플컴퓨터에 넘기고 본인 스스로 경영 및 기술자문을 맡는 조건으로 복귀했다.
그 스티브 잡스가 요즘 재정난과 사업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난 길버트 아멜리오 회장의 후임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애플컴퓨터의 직원들과 매킨토시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고 빌 게이츠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최후에 반격을 시도할 만한 인물은 잡스밖에 없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물론 애플의 신화를 이룩한 잡스의 그 경영방식이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스티브 잡스의 재림, 자신이 고용한 사장이 주도한 쿠데타(?)로 물러났던 애플컴퓨터의 경영일선에 복귀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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