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서적도 기획으로 승부한다.. 벤처기획사 전성시대

컴퓨터 참 쉽네요, 컴퓨터 무작정 따라하기, 컴퓨터 길라잡이, 할 수 있다 컴퓨터 ... 서명과 내용, 편집이 엇비슷해 보이는 컴퓨터 서적들이다.

어떤 책은 베스트셀러를 너머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사라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서책은 서점에서 먼지만 쌓이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못한다. 하루에도 수십권의 책이 베스트셀러를 꿈꾸며 서점에 쏟아져나오지만 정상의 반열에 올라서기란 쉽지 않다. 같은 분야에 같은 독자층을 겨냥한 책들인데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법칙과 치열한 시장경쟁의 원리가 출판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출판에서 컴퓨터 서적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분야도 드물다. 톡톡튀는 기획과 편집에 독자의 성향을 검증한다면 스테디셀러로의 진입이 결코 허망한 꿈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컴퓨터분야에 대한 확실한 기술적인 지식과 출판에 대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서적의 「품질」로 승부를 거는 출판계의 「벤쳐기업」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자체 인쇄시설이나 배포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은 물론 배포망, 영업에 관한 업무를 배재한 순수한 의미의 서적 「기획」만을 주 업무로하는 것이 특징. 유능한 필자의 선정이나 필자 및 제작일정관리에서 편집에 이르기까지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한 상품성을 극대화시켜 출판사에 납품하는 것이 주임무다.

지난해 「컴퓨터 제대로 배우기」와 「인터넷 제대로 배우기」를 대형서점 컴퓨터 서적부문에서 상위에 링크시켰던 회사는 베스트북(대표 박성현)이다.

지난해 설립된 이 회사는 종업원수 10여명 내외의 결코 크지않은 업체이지만 정보화사회를 선도하는 컴퓨터분야에 관계된 서적을 한달 평균 3∼4권 기획한다. 이 회사에는 일반 출판사도 대부분 갖추고 있는 인터넷 서버나 기획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가의 출판장비 조차 없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은 컴퓨터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기획력. 이것으로 출판계에서 명성을 쌓고 있다.

"출판에 관계된 모든 과정을 출판사에서 모두 감당한다는 것은 인적자원의 한계 뿐만아니라 기획적인 면에서도 한계를 노출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회사의 박성현 사장은 정보화시대에는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출판문화가 조성돼야하고 특히 컴퓨터분야에서는 기획과 제작이 분리되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베스트북에서 지금까지 기획해 출간한 서적은 50여종. 「민음사」와 「한컴프레스」에서 출간한 컴퓨터 서적의 다수를 기획, 제작했다.

물론 한권의 서적도 기획하기 어려운 컴퓨터분야에서 한달에 3∼4종의 서적을 기획할 수 있는 것은 이 분야에 대한 확고한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성현사장이 컴퓨터 잡지사에서 편집장으로 근무한데다 영진출판사에서 「기획」분야를 오랬동안 전담해 컴퓨터와 출판이라는 분야를 무리없이 결합시킬 수 있는 노하우를 갖우게된 것.

박사장은 "톡톡튀는 기획과 내용만이 경쟁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건으로 인식되는 것은 출판분야중 독자층이 가장 젊은데다 변화가 빠르고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컴퓨터 서적의 특성에 기인한다"며 "앞으로 기획과 배포가 분리되는 새로운 형태의 출판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년전부터 컴퓨터 활용서를 비롯, 프로그래밍 분야 등 전문 서적 기획을 담당해온 젊은이들(대표 이태용)도 참신한 기획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출판기획사다.

단 2명의 인원으로 회사를 꾸리고 있지만 신세대 젊은이 특유의 전문지식과 감각으로 출판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지금까지 도서출판 에프원과 대림출판사 등에서 출간한 「한글 윈도 NT」나 「파워포인트」와 같은 서적을 14권이나 기획한 이회사는 고정인원을 고용하기 어려운 대부분의 컴퓨터 서적 출판사들의 어려움을 「풋풋한」기획으로 해결해준다.

물론 기획비는 다른 기획사와 마찬가지로 일정비율의 몫을 배당하는 인세방식으로 계산한다. 창업이래 많은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최근 1년 동안 서적기획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1인당 매출액을 1억원으로 설정하는 등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회사의 이태용사장은 서적기획 수요가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출판사 사장의 지식만으로 출간을 결정할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분석하며 "출판사 고유의 영업과 내부 업무를 제외한 기획및 배포가 다른 회사로 이관되는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출판프로세스가 앞으로 일반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4년전 설립돼 컴퓨터 서적의 기획과 편집을 대행하는 영성기획과 20대 중반의 사장이 주축이된 푸른기획 등 컴퓨터 정보통신분야의 전문기획사들이 5∼6개업체가 현재 활동하고 있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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