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직업도 있어요] 회화프로그램 진행자 장혜령씨

방송매체라고 해봐야 기껏 공중파 3개사에 불과하던 수 년 전만 해도 외국어 회화 프로그램은 손꼽을 정도였다. 진행자 역시 나이 지긋한 교수나 그에 걸맞은 사회적 경력을 갖춘 전문가들이었다.

지역민방과 수십개의 채널을 확보한 케이블TV가 등장하고 세계화, 국제화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는 최근에는 회화 프로그램의 수도 훨씬 많아졌고 영어는 물론 일본어도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인지 시청률 경쟁도 치열하다. 대부분의 방송국은 시청자로부터 회화 프로그램도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대표적인 것이 진행자의 캐스팅. 어차피 강사는 네이티브 스피커이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는 한국인 진행자의 솜씨에 따라 시청률이 달라진다. 저마다 차별화를 외치는 회화 프로그램 진행자는 어지간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장혜령(23)씨는 교육채널인 DSN에서 매일 저녁 30분씩 방송하는 「DSN 일본어뱅크 회화」의 진행자이다. 외국어 회화 프로그램 진행자로는 최연소급인 그녀의 일본어 실력은 당연히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 일본인 강사와 함께 진행하는 장씨는 스스로 모국어가 한국어와 일본어 두가지라고 설명할 정도다.

그녀는 지난 2월 외국어대학교 동시통역대학원 한일과를 졸업했다. 통역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초등하교 시절 짧은 일본 체류경험 덕택이다. 불과 1년여 동안 일본에서 살았지만 왠지 일본어가 좋아 귀국 후에도 관심을 가졌다. 비단 학교공부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도 일본어 교양서적, 잡지 등을 구해 읽었고 이런 작업은 대학때가지 지속됐다.

장씨는 대학(연세대)에서도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전공과 일본어 실력이 모두 방송 회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 덕택에 그녀가 진행하는 DSN 일본어뱅크 회화는 큰 인기를 모았다. 덩달아 교재까지 폭발적인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또 일본 퍼펙TV에 역수출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녀의 진행솜씨가 일본어 회화 프로그램의 인기비결이지만 여기에는 DSN측의 치밀한 준비도 한 몫을 했다. 왠지 딱딱하고 근엄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일본어 회화 프로그램의 고정관념을 깨고 재미있고 톡톡 튀는 분위기로 몰아가자는 것이었고 이는 장씨의 개인적 이력과 맞물리면서 효과를 거둔 것이다.

전반부에는 강사의 문법진행을, 후반부에는 일본의 문화 등에 관한 화제성 이야기를 끄집어 냈다. 장씨가 빛을 발한 것도 이 부분에서였다.

그녀는 동시통역사뿐 아니라 직업모델이기도 하다. 학교 졸업 후 우연히 카탈로그 모델 사진을 찍은 것을 계기로 모델계에서도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가장 최근에 찍은 것은 미스코리아 최윤정과 함께 나오는 코리아나 화장품의 「무거운 화장을 벗자」편이라고 한다. 방송CF로도 꽤 알려진 작품이다.

장씨는 모델과 통역, 방송진행자를 겸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힘들지만 각각의 활동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카메라 공포증이나 순발력, 커뮤니케이션의 원활화 등은 모델과 통역부문 모두에서 서로 보완적 성격이기 때문이다.

장씨는 모델과 동시통역, 방송진행까지 하면 수입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단지 좋아서 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주위에서 받는 질문 중 가장 많은 것도 학벌이나 실력으로 봐서 다른 일을 하면 더 좋을텐데 굳이 모델과 동시통역을 병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인데 그 역시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는 신세대적 대답으로 대신한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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