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소니의 변신

일본의 세계적인 가전업체 소니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멀티미디어 산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시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요즘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인들은 어느 누구도 소니가 멀티미디어분야에서 리더역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니의 최근 10년간 움직임에 놀랄 만한 점이 없기 때문이다.

10년 전 소니는 세계 최고의 컨슈머 일렉트로닉스 회사였다. 당시는 멀티미디어 기술의 장래를 책임질 존재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금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오라클 등 컴퓨터 관련 회사들이 세계 멀티미디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모토롤러, 노키아 등 정보통신 회사들은 멀티미디어 기술 측면에서 소니보다 훨씬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반세기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 세계 멀티미디어 시장의 이노베이터 역할을 해온 소니의 이미지는 서서히 바뀌고 있다. 오히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소니가 음악과 영화를 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 소니가 야심적으로 개발한 디지털 오디오 테이프 리코더(DAT)와 미니 디스크(MD) 등 디지털 미디어는 사장될 위기를 맞고 있다. 또 새로운 미디어로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소니는 다소 비켜나가 있다는 느낌이다. 또한 소니는 디지털 위성방송 분야에서 루퍼트 머독 산하의 뉴스사와 손잡았지만 이마저도 뉴스사가 멀티미디어 방송의 개척자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사실 「인터넷」과 「포터블 커뮤니케이션」 등 새로운 미디어 분야에서 소니만큼 유리한 입장에 있는 기업도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세계 멀티미디어업계의 대명사 소니는 「플랫폼」 개발을 등한시함으로써 미래 기술방향을 점치기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소니가 「매킨토시」라는 「상품」에 안주하다가 몰락한 미국 애플컴퓨터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 멀티미디어 산업계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소니가 최근 「디지털미디어 왕국」을 꿈꾸며 재기의 페달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몇십년간 새로운 미디어 기술로 전세계인의 생활을 바꿔놓는 소니가 과연 아날로그시대의 영화를 디지털시대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멀티미디어시대는 빠른 환경의 변화만큼이나 기업의 변화를 요구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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