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노래반주기 탄생 10년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88년 우리나라에는 30년간 축적했던 전자기술과 우리 민족의 문화, 정서를 결합시킨 새로운 개념의 전자제품이 선보였다.

이 제품이 발표되자 국내 전자산업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에서만 개발할 수 있는 독창적인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여는 신호탄이라고 극찬했으며 이 제품은 1988년 개최됐던 한국 전자전람회 신제품 개발부문에서 상공부장관상을 수상한 뒤 1994년까지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났다.

이 제품은 당시 영풍전자(현 (주)아싸)가 국내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한 컴퓨터 방식의 노래반주기 「ME8800」였다. 영풍전자의 정영완 사장은 『1985년부터 국내에 침투되고 있었던 일본식 가라오케 기기로부터 국내 시장을 보호하고 민족문화의 자존심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으로 4년간의 노력 끝에 세계 최초로 컴퓨터 방식의 노래반주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1988년 한국전자전람회를 계기로 국산 노래반주기가 일반에 선보인 이후 노래반주기와 이에 필요한 모니터, 앰프, 마이크, 스피커 등 주변기기 시장은 1994년까지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며 노래반주기와 주변기기 사업에 참여하는 회사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 국내 노래반주기 산업은 전반적인 불황과 노래방의 포화상태를 맞아 신규수요가 침체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기존 노래방의 대체수요와 소량의 신규수요 등으로 시장이 위축된 상태다. 게다가 전국의 노래방 관계자들이 모인 노래방연합회가 3~4군데나 난립해 서로의 정통성을 주장하느라 업계의 공동발전 방안 모색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노래방이 불건전한 문화의 온상이 된다는 사회의 비난과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및 지난 1일 발효된 「청소년 보호법」 등이 노래방과 노래반주기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로 등장해 국내 노래반주기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국내 노래반주기 관련시장은 연간 1천8백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업소용 노래반주기 시장은 신곡 추가용 마스크롬 시장을 포함해 연간 7백50억원 정도로 추정되며 가정용 노래반주기 시장이 3백억원, 마이크, 스피커, 모니터, 영상분배기, 장식장 등 노래반주기용 주변기기 시장이 연간 5백억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노래반주기 제조업체들은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 기업당 총매출액의 15~20%에 이르는 자금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해 보다 원음에 가까운 반주기 개발이나 디지털 방식의 첨단기술을 노래반주기에 접목시키는 노력 등을 진행중이며 지난해부터는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노래반주기의 수출에도 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주)금영에서 보다 실감나고 현장감 있는 노래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 사람 목소리를 배경화음으로 녹음한 육성코러스를 첨가한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해 노래방업주를 비롯한 소비자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어 노래반주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육성코러스 내장형 노래반주기는 현재 부산 및 경남지방에서는 보편화됐으며 점차 중부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며 (주)아싸, 태진미디어, 대흥전자, 소리샘텔레콤, 엘프 등 기타 노래반주기 제조업체들도 이를 기회로 자사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까지 육성코러스 내장형 노래반주기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업체들은 육성코러스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보다 생생한 노래반주를 제공하기 위해 컴퓨터에 내장된 악기소리가 아닌 실제 악기소리를 입력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에 대비해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기술을 적용한 노래반주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 가운데 올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할 노래반주기는 실제 악기소리를 녹음한 제품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노래반주기 업체들은 전문연주단을 연구소 내에 두거나 실제 악기소리의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2기가바이트(GB)의 하드디스크나 CD롬, DVD 등을 저장매체로 적용하고 있어 노래반주기의 기술수준 역시 향상되고 있다.

노래반주기 업체들이 2~3년 앞을 내다보고 준비하고 있는 제품으로는 단연 통신 노래반주기를 들 수 있다. 통신 노래반주기는 이미 일본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대용량의 노래반주 데이터를 저장한 서버를 각 지역별로 설치한 뒤 소비자들이 선곡하는 노래를 각 지역의 노래방 업소에 통신으로 전달해 주는 방식의 제품이다. 우리나라에는 통신 노래반주기를 실시하기 위한 고속 통신망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현재와 같은 노래반주기가 우세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일부 업체는 이미 통신 노래방용 제품을 개발해 일본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 최근 노래반주기 사업에 참여한 한양유신정기가 수출하고 있는 제품이 통신 노래방용 제품으로, 이 회사는 일본 통신 가라오케 업체와 12억엔 어치의 제품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국산 노래반주기 수출은 한양유신정기뿐 아니라 국내 대다수 반주기 업체들이 최근 사력을 모으고 있는 부분이다. 국산 노래반주기가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 94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시장의 수요만으로도 회사경영에 어려움이 없었으나 95년부터 점차 반주기 시장이 침체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종전까지는 일부 밀수업자나 중소 무역상들을 통해 중국에 노래반주기가 소량 수출되고 있었으나 95년 들어 반주기 제조업체들의 본격적인 수출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반주기 업체들이 진출한 국가 및 지역으로는 중국,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권,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포함하는 중앙아시아권, 미국과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아메리카권 등으로 세계 전역에 국산 노래반주기가 수출되고 있으며 최근엔 노래반주기의 원조로 알려진 일본에도 컴퓨터방식의 한국형 노래반주기가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종전까지 컴퓨터방식의 노래반주기가 인기를 끌었으나 중국인들이 비디오CD를 선호하는 영향으로 비디오CDP 내장형 노래반주기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중국시장은 소리샘텔레콤, LG전자, 삼성전자 등의 제품이 수출되고 있다.

94년 이후 침체된 노래반주기 시장이 신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으로 서서히 활기를 띠고 있으나 국내 반주기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가장 커다란 과제는 노래반주기의 핵심부품인 음원의 국산화 문제. 현재 국산 노래반주기에는 일본 롤랜드나 야마하 등의 음원모듈이 내장돼 이 업체들에게 나가는 부품비가 총매출액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또 해외시장 개척경험의 부재로 주먹구구식의 해외영업이 진행되는 것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현지 관련법이나 관습을 몰라 제품을 수출했다가 취소당하는 사례가 허다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현재 노래반주기 업체들은 국내의 경우 대체수요를 유도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적용한 신제품 중심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해외에는 현지사정에 맞는 제품을 새로 개발해 시장공략에 나서는 등 새로운 수요창출을 꿈꾸며 활발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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