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국민연금증, 의료보험증,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 초본, 지문 등 7가지 신상관련 정보를 한 장의 IC카드에 담은 전자주민카드의 시행 여부를 놓고 정부와 민간단체간 공방이 치열하다.
정부는 전자주민카드가 주민생활의 편의와 신용사회 정착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이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인데 반해 민간단체는 전자주민카드에 담을 7가지 정보가 한 개인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공개함으로써 그 정보의 악용 여부를 떠나 사생활에 침해를 줄 수 있다는 반론이다.
이같은 민관 사이의 공방은 불경기의 타개책으로 IC카드 시장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는 관련업계로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특히 관련업계는 전자주민카드의 시행여부가 향후 본격적인 전자상거래의 기반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당초 정부는 전자주민카드가 선진정보화사회를 앞당기는 첨단매체임을 내세워 내년 4월 제주지역을 시범으로 오는 99년 10월부터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각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민카드에 담고 있는 7개 정보를 기관별로 한정해 사용하도록 정보 이용에 제한을 두는 방안도 마련하는가 하면 위조나 변조를 막기 위해 조폐공사가 이를 제조토록 하는 등 이 제도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전자주민카드 제도가 시행되면 부동산이나 금융거래 등에 필요한 신분확인이 쉽게 이루어져 행정절차가 간소화되며 주민등록증의 위변조에 따른 대출 및 토지사기 범죄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또 각종 증명서류를 인쇄하는데 매년 소요되는 1조원의 재원도 절약할 수 있다.
실제로 전자주민카드가 도입되면 실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신원확인을 위해 일일이 주민등록등, 초본 등의 관련 서류를 떼러 다니는 불편이 해소되는 등 실생활이 편리해지며 교통위반 스티커를 발부할 때도 카드 하나만 건네주면 펜 한 번 잡지 않아도 모든 절차가 간단히 이루어질 수 있다.
전자주민카드를 네트워크와 연결하면 우선 사용자의 신원파악이 가능해져 신용사회를 앞당게 정착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인터넷환경에서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로 전자주민카드의 기능을 응용할 수도 있다. 즉 전자상거래에서 전자주민카드의 신원정보를 바탕으로 전산망을 통한 대금결제 및 현금거래가 가능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진화, 정보화로 가는 길목에서 전자주민카드의 도입 논의는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 조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행정절차의 간소화나 경비절감, 전자거래 등의 편리성과 합리화만을 앞세워 개인의 사생활보호가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또 전자주민카드를 수용할만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도입을 서둘러 졸속으로 추진되어서는 더욱 인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주민카드제도 시행에 앞서 보다 많은 대국민적 홍보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철저하게 거쳐야 하며 초기에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을 시작으로 사회적 여론이 긍정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이를 단계적으로 시행해가는 방안을 강구해 볼 만하다.
시행과정에서 당초 정부가 계획한데로 개인의 7가지 사생활정보를 전자주민카드 한 장에 통합하는 것보다는 서로 관계가 있는 정보만을 묶어 이를 2~3개로 분리시키는 방안도 그중 하나일수있다.
이와함께 국민의 신원정보를 보호하는 방안으로 정보의 관리차원에서 취급인가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 2중~3중으로 정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백화점의 고객명단을 살인 리스트로 악용한 지존파사건과 주소지 유출로 인한 이한영씨 피살사건 등이 바로 정보관리자의 보안의식 부재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제 전자주민카드는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새로운 매체로 떠오를 것인지 아니면 첨단매체로 국민을 감시 통제하는 「빅 브라더」로 작용할지는 보다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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