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와 연구실에 있던 교수들이 직접 산업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기업의 기술 자문은 물론 여러 중소기업들이 난제로 안고 있는 각종 애로기술 연구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현재 전국 76개 대학 공과대학의 1천5백38명의 교수들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는 대학산업기술지원단(UNITEF)은 산학협동을 위한 이같은 움직임의 중심이 되고 있다.
UNITEF 결성의 주역이자 현재 단장을 맡고 있는 주승기 교수(44,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만났다.
-대학산업기술지원단(UNITEF)이 결성된 동기와 배경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중소기업사장단들과의 논의에서 제기된 「말뿐인 산학협동은 무의미하다」는 문제에서 시작됐습니다. 대학과 기업이 함께 연구를 한 경우는 많았지만 양자 모두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기업측에서는 대학에서 연구되는 기술들은 실용화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연구 속도 또한 느려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지요. 반면 대학측은 우수한 인력들이 많지만 기업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양자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이를 중간에서 매개할 수 있는 기관이나 모임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 과정에서 UNITEF가 결성된 것입니다.
-UNITEF의 주요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선(先)연구 후(後)보상」이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지 않은채 연구를 먼저 수행하고 나중에 이에 대한 보상을 받는 방법입니다. 대학 교수들이 기업으로부터 평가를 받게 되는 이같은 선연구 후보상 방식은 실제 선진국에서도 아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획기적인 사례입니다. 진정한 기술선진국을 만들고자 하는 교수들의 희생이 필요했던 일입니다. 중소기업의 애로기술에 대해 전문 기술인력을 정확하게 연계시켜 중소기업이 언제라도 관련기술에 대해 자문 및 현장방문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밀착 기술지도도 UNITEF의 주요 특징으로 꼽힙니다.
-선연구 후보상의 시행여부를 두고 교수들과의 마찰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선연구 후보상은 가입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마찰이 빚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반대하는 사람은 회원으로 가입 안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UNITEF 회원들의 연령층을 살펴보면 이 선연구 후보상에 대한 교수들의 반응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이곳 회원 교수 중 92%가 35~45세 사이의 젊은 교수들입니다. 45세 이후의 노장 교수들은 별 관심조차 없다고 볼 수 있지요.
-모임이 결성된 후 특기할 만한 행사 및 성과는 무엇입니까.
지난 6월 개최했던 대학기술전람회를 들 수 있습니다. 이 행사는 교수들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혁명적 행사로 평가됩니다. 1천2백여명의 교수들이 아무런 보수도 없이 자기비용을 들여 연구내용을 소개한다는 것은 이전에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상아탑의 기술로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사명감과 교수들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었지만 이 행사를 통해 우리는 기업에 산학협동을 위한 교수들의 적극적인 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UNITEF와 기업과의 연계과정과 진행상황은 어떻습니까.
중소기업의 요구가 있으면 이를 본부에서 접수받아 해당교수와 연계시킵니다. 대기업에 대한 자문 및 연구는 중소기업과 별도로 관리 운영합니다. 현재 20여건의 애로기술 연구가 중소기업의 신청을 받아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기술자문이나 현장방문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현장방문의 경우 월 20~30건의 신청이 들어오고 있고 그 대부분을 실행해 옮기고 있습니다.
-기업과의 연계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업에서 요구하는 연구는 대부분 3~6개월 안에 완성해야 합니다. 해당 분야의 교수가 그 시점에서 다른 연구를 진행하고 있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접수된 연구를 수행하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 접수된 과제에 대해 이전에 연구를 진행했던 교수들이 신청을 받아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합니다. 중소기업에서 접수시킨 연구 중 4건 정도는 아직 해당교수와의 연계를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결성이후 1년도 채 못된 지금 UNITEF는 회원수와 조직면에서 큰 성장을 해왔는데 현재 어떤 형식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습니까.
UNITEF는 지난해 9월 당시 전국 45개 공과대학 5백73명의 교수들이 주축이 돼 자발적으로 결성됐습니다. 현재는 76개 공과대학 1천5백38명의 교수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1백50개 중소기업도 회원으로 소속돼 있습니다. 소속된 교수들은 소재, 기계, 전기전자, 정보통신, 화학공학, 산업공학, 의료공학 등 7개분야로 나뉘어 연구를 분담하며 지역별로는 7개의 지단으로 분류, 이곳 76명의 간사들이 중요사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처음 모임의 결성부터 현재까지 운영을 총괄하고 계시는데 운영상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애로기술을 극복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보다는 조직력, 결속력이 약한 교수들을 대상으로 정신개혁을 추진하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기존 연구들에 대해 기업이 품고 있는 대학에 대한 불신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전의 틀을 깰 수 있는 교수들의 과감한 결단이 요구됩니다. 앉아서 대접받기를 기다리기보다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좀더 많은 회원교수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UNITEF를 물려받게 될 후배들의 양성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노벨상을 위한 연구보다는 산업현장의 어려움과 진정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가를 인식하고 이를 교육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윤경기자>
* 약력
1952년 서울 출생
1975년 서울공대 금속공학과 졸업
1983년 미국 스탠퍼드대 재료공학 박사
1983년 미국 내쇼널반도체연구소 선임연구원
1984년 미국 페이차일드반도체연구소 책임연구원
1986년∼현재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 대학산업기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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