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가 여러 분야에서 정보 표현의 핵심으로 정착되고 있다. 2∼3년전만 해도 기껏 외국의 연구관련 자료를 찾는데 주로 사용되던 인터넷은 최근 들어 상업분야에서도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등 정보통신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데 몇 년 전만 해도 「컴퓨터」 하면 복잡하고 어려워 전문가들이나 하는 것으로 치부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인터넷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고 있다. 정치인들까지도 그럴듯한 발언을 하거나 증명사진 한 장 찍는데 약방의 감초처럼 컴퓨터와 인터넷을 곁들인다.
하지만 우리의 실제 속사정을 살펴보면 질적인 변화와 발전측면에서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컴퓨터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는 사람들 중 멀티미디어, 인터넷, 가상공간 등 새로운 정보통신 분야에 대하여 진실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몇 달 전 두 친구한테서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아이들 때문에 PC를 사야 하는데..」 하는 10여년 전부터 흔히 들어오던 얘기였다. 그러나 질문의 내용은 예전과 달리 보다 구체적이었다. 펜티엄이나 펜티엄프로를 사야 한다든지 몇 배속 짜리 CD롬은 돼야 한다든지, 인터넷을 써야 하니 모뎀도 최고 속도라야 하고 이제는 DVD도 있으면 좋다는 등의 주문들이었다. 친구들의 사정을 검토해 『지금 중고생인 네 아이한테 왜 그런 게 필요하냐』고 반문하면 대답은 대부분 같다. 『몰라 나는. 애가 사달라고 하니까 그렇지』라고.
이러한 구매자들 덕에 용산의 영세 조립업자나 유명 기업인 PC 제조업자들은 국내에서 엄청난 수지를 올리고 있다. 미국 SW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하던 교포가 작년에 귀국, 용산 전자상가를 한바퀴 돌아본 후 국산이나 수입품 모두의 비싼 가격에 놀라고 왜 이렇게 최신 고가 모델들이 일반 사용자들에게 잘 팔리고 있는지 의아해 했던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일이다.
사실 학생인 자녀들이 가정용 PC의 주사용자들인 환경에서 SW 개발자들에게나 필요한 최신의 고가 모델들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이 모든 거품 현상은 기껏 이부자리와 옷가지를 넣기 위해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장롱이 필요하고, 일년중 녹화 한번 하지 않아도 기능이 많은 비디오가 있어야 한다는 허영기 많은 기성세대들을 대상으로 멀티미디어라는 애매한 외래어를 앞세운 PC 장사꾼들의 장삿속이다. 금년 가을 시즌에는 볼만한 타이틀도 변변치 않은 DVD 기능을 가지고 PC 제조업자들이 또 어떤 거품을 부추길 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런 거품들은 누가 만들었을까. 이는 일부 매스컴의 과잉 경쟁 보도와 인터넷 속에 커다란 미지의 무엇이라도 숨겨져 있는 것 같은 과대 기사, 선정적인 성인물을 청소년들이 보지 말아야 한다는 미명하에 속속들이 보도하여 오히려 호기심을 더 자극하는 선정적 기사, 인터넷을 사용하는 초등학생들을 모델로 사실을 침소봉대해 흥미를 유발하는 기사들이 모두 허망한 거품의 주역들이다. 신문 기사에 난 사이트를 한 번 방문하려면 면벽삼년을 하는 수도승의 심정으로 지루하게 기다리는 것이 현재의 일반적인 통신 환경인데도 고속의 전용선을 이용하는 가정이 많다는 가정하에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장사꾼과 같은 식의 일부 유명 PC 제조업체의 상행위를 따끔하게 지적해 거품을 제거하고, 올바른 SW 사용을 위해 정품 사용을 일반인들에게 인식시키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어느 분야의 인터넷 자료가 필요한지를 전문가 입장에서 비전문가들에게 사실대로 전달해 정보통신분야의 너무나도 많은 거품들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주)세광데이타테크 부사장 박지호(朴智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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