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에스토니아의 티히트 바이 총리는 자신의 인터넷 홈 페이지를 폐쇄한다고 선언했다. 이타르통신이 해외토픽으로 전송한 바에 따르면 바이 총리는 자신의 홈 페이지에 매일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는 음란 메시지와 포르노 화면들을 견디지 못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 물론 바이 총리의 사이트에 음란물을 통한 집중 공격을 벌인 것은 에스토니아는 물론 전세계의 네티즌. 이유는 그가 주택 건축 부정사건에 연루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이버 테러의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고 그 모습도 실제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것보다 훨씬 섬뜩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특징인 「익명성」을 철저히 이용하기 때문에 뾰족한 대책도 없다.
사이버 테러는 전통적으로 해커들의 몫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한 한 전문가들인 해커의 주요 공격목표는 정부기관이나 연구소 등 특정한 대상이 주류를 이뤘다. 사이버 테러리스트인 해커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컴퓨터 실력을 과시하거나 기성 권위를 마음껏 조롱하곤 했다.
이 때문에 그간 대부분의 사이버 테러는 범죄에 이용되지 않는 한 네티즌들로부터 관대한 용서를 받았고 피해 정도 역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사이버 테러는 이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해킹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공격 대상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바이 총리의 예처럼 특정인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 감행되기도 한다.
심지어 이지메 현상을 사이버 공간에 고스란히 옮겨서 재현하는 사이버 이지메까지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유의 사이버 테러는 간단한 컴퓨터 통신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스팸은 약간 다르지만 사이버 이지메는 전자메일을 작성할 줄 아는 사람이면 모두 해당되고 그래서 자칫 이같은 사이버 테러가 급확산될 우려도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의 일반화가 가져다준 반갑지 않은 부산물이 되고 있다.
국내 컴퓨터통신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는 특정인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과 이에 따른 무차별적인 전자메일 공격이다. 특히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공인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잘못을 저지를 경우 대부분 토론광장에 올라와 혹독한 비판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비판 내용 중에는 통신 윤리를 벗어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표현도 거침 없이 게재된다. 그 다음에는 해당자의 주소나 사이트에 비난 메일을 집중적으로 보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네티즌들 사이에 이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공격목표가 여성일 경우 성희롱 내용이 일반적이다.
채팅 중 알게 된 ID에 성 희롱적인 전자메일을 시도 때도 없이 보내거나 음란화면을 전송하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뉴욕타임지의 보도에 따르면 인디애나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박모군은 「미국을 떠나 너희 나라로 꺼져」라는 내용의 협박 메일을 받았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7백명의 「아시아인 학생회원」들에게까지 똑같은 협박메일이 날아들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캘리포니아의 모 대학생이 58명의 아시아계 학생들을 전자메일로 협박했다는 혐의를 받고 미 연방검찰로부터 정식 기소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협박성 전자메일도 많지만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메일은 그 4배 이상일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이지메」를 연상시킨다. 현실에서의 이지메는 가해자들이 뚜렷하지만 사이버 세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ID를 빌리거나 도용, 철저히 신분을 감춘다. 이 때문에 공격 양상도 더욱 악성이고 당하는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최근 네티즌들에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스팸이다. 물론 스팸은 인터넷업체들의 마케팅 방법으로도 활용된다. 문제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자신의 메일박스에 하루에도 수십건씩 쏟아져 들어오는 불필요한 메일에 대해 불만은 있지만 간혹 뜻하지 않게 요긴한 정보를 얻는 수도 있어 조직적인 반발은 삼가는 편이다. 하지만 이것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면 짜증을 넘어 분노를 터뜨리게 되고 급기야 미국에서는 인터넷 스팸을 전문적으로 발송하는 사이버프로모션이라는 회사가 피소를 당해 6만5천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물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전 하이텔의 전자메일 시스템이 스팸 공격을 받아 곤욕을 치렀다. 18세의 한 고등학생이 무려 10만여 통의 메일폭탄을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 살포, 메일 송수신프로토콜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물론 곧바로 전자메일 송수신시스템은 정상가동되긴 했지만 한 회사의 시스템을 마비시킬 정도의 사이버 테러는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인터넷은 오는 2000년께 전세계 2억명이 가입,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지간한 성인과 여론주도층, 학생들에게는 생필품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전자우편은 더욱 눈부신 성장이 기대된다.
미국의 경우 지난 92년 2%에 불과하던 전자우편 보급률이 96년에는 15%까지 높아졌고 5년 후에는 미국민의 절반 이상이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보급이 확대될수록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테러의 수법은 더욱 지능적이고 다양해질 것이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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