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일본 게임전문업체인 세가엔터프라이즈사의 봉인가.
최근 국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세가사와 제휴,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세가사의 대한진출을부추기고 있다.이로인해 국내게임시장은 고스란히 일본 세가사에 내주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세가사와의 제휴한 내용을 보면 이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삼성그룹,현대그룹,선경그룹,롯데그룹등 재벌그룹들이 하나같이 세가사와 업무제휴하거나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있다.여기에 중견전자부품업체인 두고그룹과 수입업체들까지 가세,몰락해 가는 세가사의 입지만을 넓혀주고 있다.
삼성전자가 오래전부터 일본 세가사와 손잡고 비디오게임기 및 어린이교육용기기의 사업을 펼쳐왔는 데 올들어 비디오게임기분야에서 세가사와 결별하는 대신에 어린이용 학습기기인 「피코」및 관련소프트웨어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그 뒤를 이어 선경그룹의 SKC가 지난해세가사와 PC게임소프트웨어 20여편에 대한 판권을 확보,<버추어파이터><소닉>등의 PC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현대종합상사를 통해 세가사와 아케이드게임기용 사업분야에서합작회사를 설립했다.현대종합상사는 세가엔터프라이즈사와 75대 25로 50억원을 투자,합작회사 「현대세가 엔터테인먼트사」(대표 전동수)를 설립했다.이 합작회사는 업무용게임기를 세가측으로 부터 들여와 판매하고 점차 게임기관련 부품을 수입,현대전자에서 조립생산할 계획이다.이 회사는 업무용게임기의 판매등으로 사업 첫해인 올해 25억엔,오는 2천년에는 1백억엔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롯데그룹은 지난 8일 도심형테마파크사업의 진출을 위해 세가사와 50대50으로 1백10억원을 투자,「롯데세가」를 설립키로 했다.합작회사의 주사업은 세가의 아케이드게임장운영에대한 노하우를 활용,국내에서 아케이드게임장의 운영과 함께 세가 아케이드게임기를 수입,판매하는 것이다.이에따라 롯데세가는 내년에 2개의 직영점을 개설하면서 대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같은 대기업들의 움직임에 맞춰서 세가사는 삼성전자가 손을 떼면서 공백기를 맞고 있는 비디오게임기분야의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세가사는 최근 중견부품업체인 두고그룹의 KDS와 타이틀수입업체인 카마엔터테인먼트,유통업체인 하이콤등과 잇따라 판매계약을 체결,32비트게임기 「새턴」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공급키로 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세가사의 사업중에서 「방송을 통한 네트워크게임서비스」와「노래방 서비스」등을 제외한 모든 분야와 관련을 맺게됐다.국내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관련업계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히고 있다.
한때 세계 비디오게임기시장을 뒤흔들던 세가는 현재 경쟁사인 소니의 32비트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의 「닌텐도64」의 공세에 크게 밀리면서 3년연속 큰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특히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세가는 일본 최대완구업체인 반다이사와의 합병을 추진했으나 이마저 뒤집혀지면서 가정용 게임기분야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나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몰락해 가는 세가사와 제휴하는 행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세가사와 손잡아 재미를 못보고 세가사만 좋은 일을 시키고 있다.
현재 세가사와 기술및 판권계약을 체결,게임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막대한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삼성전자는 지난 95년부터 어린이용학습기기인 「피코」및 관련 소프트웨어를 생산,판매하기시작했으나 세가사로 부터 기술이전을 받지 못한 채,팔리면 팔린 만큼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또한 SKC도 세가사와 PC게임분야에서2년간 판권계약을 맺으면서 1∼ 2백만달러규모의 판권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기업들이 국내 게임오락시장의 성장성만을 믿고 세가사와 합작해,가장 큰 시장인 아케이드게임시장의 문을 열고 있다는 데에 관련업계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게임업체의 한관계자는 이제까지 게임시장에 아무런 공헌을 하지않은 대기업들이 『각종 규제때문에 국내게임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있다고 외치면서 세가사를 등에 업고 국내게임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현상』이라면서 『대기업의 이같은 움직임은 오히려 국내게임산업발전을 가져오기 보다는 국내 중소게임개발사를 죽이는 일이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비난을 의식해,세가사와 합작한 일부 대기업의 관계자는 『앞으로 세가가 기술이전을하지 않을 경우 합작사업에서 손을 뗄수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이같은 말들이 지금까지 세가사의 행태를 볼 때 공허한 일로 끝날 것』이라고 업계관계자는 지적한다.
세가사와 제휴,게임개발에 나섰던 한 관계자는 『세가사는 본질적으로 국내업체에 대한 기술이전에 무척 인색한 기업이어서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국내 대기업들은 세가사의 대리점역할을 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단순히 세가사와 제휴,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데에서 벗어나 국내 게임산업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마련에 치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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