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초고속망 구축 방법 왜 논란 빚나 (중)

정통부의 주장

케이블TV망을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에 활용하자는 통산부 및 한전의 주장에 대해 정통부는 기술성이나 경제성 어느 측면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는 입장이다.

우선 기술적인 측면에서 케이블TV망은 본래 단방향 TV전송을 목적으로 개발,구축된 망이기 때문에 쌍방향 통신망에는 부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케이블TV망으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광범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정통부의 분석이다.

케이블TV망을 통신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적인 검토를 수행한 전문가들이 흔히 지적하는 것이 나무가지(Tree & Branch)구조를 택하고 있는 망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깔때기 현상」이다.

깔때기 현상이란 하나의 불량 가지에서 발생한 잡음이 상향으로 누적됨으로써 인접한 다른 가지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단 한 개의 불량품이 존재해도 전체 셀의 상향통신이 두절된다는 것으로 이것이 하향전송 위주의 방송 분배망을 상하향 동시전송이 필요한 쌍방향 통신망으로 쓸 수 없다는 기술적인 논거로 주로 제시된다.

한 예로 한양대 정보통신기술연구소가 한전의 케이블TV망 설치지역을 표본 추출해 실시한 실험결과에 따르면 광, 동축혼합망(HFC)망을 쌍방향 멀티미디어 통신에 적합하고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수천가입자를 수용하고 있는 셀을 분할해 셀당 가입자수를 4백~5백이하로 줄이고 △깔때기 현상 감소를 위해 증폭기 단수를 6단 이하로 조정하며 △3중차폐 이상의 동축케이블 사용 △커넥터 접속부분의 적정공구 사용 △가입자 단측 저역통과필터 설치 등을 권고하고 있다.

정통부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4조원(통산부)~5조6천억원(두루넷)이면 초고속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이같은 기술적인 해결을 위해 드는 비용을 제외한 수치여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산부의 계산은 한전이 1차 종합유선방송 지역에 전송망을 구축하는 데 든 비용인 회선당 13만원을 기준으로 한 것이나 이를 쌍방향 통신에 적합하도록 보완하는 데 드는 비용을 합하면 경제성 면에서도 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즉 케이블 TV망에 음성전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교환시설, 가입자 댁내장치가 추가로 개발, 설치돼야 하며 인터넷을 수용하려고 해도 인터넷 서버, 가입자측 케이블 모뎀 등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쌍방향 통신을 위해 전송대역폭을 변경하려면 케이블을 제외한 다른 시설들을 대부분 교체해야 하므로 상당부분 재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통부는 따라서 현재의 케이블 TV망은 단방향 위주의 TV전송이나 주문형 비디오 등에 주로 이용되고 기껏 발전해 봐야 제한적인 인터넷이나 일부 음성전화에 이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통부는 또한 2015년까지 전체가입자에게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것을 전제한 당초의 초고속망 투자계획은 기술발전추세 및 이용자의 수요 등을 고려해 언제든지 수정, 보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통산부가 제안하고 있는 HFC망은 기존의 동선케이블을 활용한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선로), WLL(무선가입자망)등 최근에 등장한 기술들에 비해서 경제성이나 기술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통부의 입장은 결론적으로 『현재 구축된 케이블 TV망은 쌍방향 통신망으로 발전하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어 초고속망으로서의 검토대상이 아니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더 나아가 통산부가 현실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케이블TV 전송망의 시내 가입자망 활용을 요구하는 것은 일부 기술적으로 가능한 인터넷이나 음성전화를 토대로 한전의 전화사업 진입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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