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자바 인기의 허와 실

인터넷 전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의 인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터넷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의 유망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자바는 일부 분야에선 이미 상당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 분야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일본 노무라 증권의 런던 지점을 일례로 들어 보자. 이 곳에선 앞으로 모든 전산 프로그램을 자바로 짜기로 했다. 객장 및 사무실 전산 시스템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원인중 하나다.

소프트웨어 개발 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자바가 이른바 「객체(오브젝트)」 활용을 가능토록 하는 객체 지향 언어이기 때문이다. 객체는 재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 블록으로 보다 큰 객체나 완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예를 들어 이자율을 계산하는 프로그램이 두 개 있다고 하면 이들 각각의 프로그램은 하나의 객체로서 역할한다. 만약 이들 이자율간의 차이를 보전하기 위한 「이자율 스와프 상품」을 하나 새롭게 만들 경우 기존 이자율 프로그램 즉, 이자율 객체들을 단순히 결합하기만 하면 새 상품을 자동적으로 만들 수 있으며 이 프로그램 또한 하나의 객체가 되어 좀더 크고 복잡한 프로그램에 모듈로서 활용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이런 스와프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모든 소프트웨어 코드를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만 했다. 소프트웨어 제작에 시간과 인력의 낭비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실 객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자바만의 고유한 특성은 아니다. IBM과 애플이 개발한 「오픈독」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X」도 자바만큼 인기를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객체를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 툴이다.

따라서 자바가 인기를 끄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자바를 기반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 모든 이기종 컴퓨터에서 운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네트워크 컴퓨터(NC)는 자바 소프트웨어와 결합할 때 비로소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자바 개발업체인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는 NC 주창자인 오라클과 제휴해 자바를 NC와 함께 컴퓨터 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래 기업 전산화의 중심에 있던 PC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NC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유지, 보수비 부담이 큰데다 특정 운용체계(OS) 의존성을 갖는 PC를 NC로 대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기업 고객들 사이에서 일고 있기 때문이다.

1천2백대의 PC를 갖고 있는 노무라 증권 런던 지점의 경우도 앞으로 NC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미국의 시장 조사 회사인 양키 그룹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의 48%가 앞으로 2년내 NC를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같은 컴퓨터 시장의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NC에서 운용될 자바 소프트웨어는 그리 많지 않다.

이에 대해 자바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선의 자회사인 「자바소프트」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주목할만한 자바 소프트웨어들이 속속 발표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캐나다 코렐은 문서 작성 및 표계산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된 자바 기반의 「오피스」 슈트 발표 채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로터스 디벨롭먼트도 자바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IBM 등 일부 업체들은 기존 자사의 소프트웨어들을 자바 언어로 재작성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특히 IBM은 최근 자사의 객체 지향 기술인 오픈독을 포기하고 그대신 자바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이는 다른 측면에선 그만큼 자바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바는 인기 상승에도 불구하고 아직 「신생」 기술에 불과하며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우선 무엇보다도 자바 소프트웨어의 운용 속도가 느리고 보안성이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만간 자바 소프트웨어와 NC를 사용할 의사가 있는 기업들 가운데 PC를 완전 대체할 생각을 갖는 업체가 거의 없는 것도 이같은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이와 관련, 이미 기업내 대다수 사람들이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에 익숙해 있어 이를 새로운 기술 제품으로 완전 대체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는 기업 내부의 인식도 자바 및 자바 소프트웨어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초창기 자바 소프트웨어들이 기존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여서 자바의 인기가 거품인지 아닌지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자바는 최근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상당 기간 기존 소프트웨어 기술과 공존하게 될 것으로 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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