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92)

『아니예요. 추력기를 사용하면 순식간에 위성의 자세와 위치가 변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모멘트 휠을 사용하여 위성의 자세를 조금씩 조정해 나가고 있어요.』

『강 박사, 추력기의 연료는 어떻게 되어 있소?』

『각 추력기마다 할당된 연료가 있어요.』

『지금 그 연료의 양을 파악할 수 있소?』

『비지향성 안테나로 확인해볼 수 있어요.』

『위성의 방향이 틀어지기 전의 연료량도 확인할 수 있소.』

『네. 추력기는 평상시에 많이 이용하지 않아요. 위성의 궤도가 한계범위를 벗어날 경우에만 사용해요. 그렇기 때문에 위성의 방향이 틀어지기 전의 연료량은 기존 데이터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요.』

『강 박사, 현재 추력기의 각 부분에 대한 연료의 양을 확인해볼 수 있겠소?』

『네?』

『지금의 연료량과, 위성의 방향이 틀어지기 전 연료의 양을 비교해보면 어느 추력기가 어느 만큼의 연료를 사용했는지 알 수 있지 않겠소?』

『그것은 확인할 수 있어요. 아, 그리고 그 데이터를 비교하면 어느 방향으로 회전했는지도 알 수 있을 거예요. 위성의 회전을 위해서는 한 방향으로 추력기가 작동되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강 박사, 먼저 데이터를 확보해요. 정확한 사용량이 파악되면 그 반대방향으로 사용된 연료만큼 추력기를 가동시키면 위성의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을 거요.』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이미 모멘트 휠을 가지고 위성의 방향을 조정했는데요?』

『강 박사, 지금 2호 위성은 조정하지 않았다고 했잖소. 2호 위성의 연료를 정확히 파악해 보시오.』

『알았어요. 지금 바로 파악하겠습니다.』

『데이터가 확보되면 다시 통화합시다.』

김지호 실장.

은옥은 전화를 끊으면서 위성의 자세를 쉽게 잡을 수 있는 실마리가 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전에 무엇인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김지호 실장. 부부로서 같은 집에 살면서 같은 회사를 다니고는 있지만 담당하고 있는 일은 달랐다. 하지만 은옥은 가끔씩 놀라곤 하는 것이 있었다. 지금처럼 생각의 폭이 다른 점에서 놀라곤 하는 것이었다.

입체적 사고(思考).

남편 김지호 실장은 늘 입체적인 생각으로 모든 것에 접근했다. 그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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