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 홍콩반환 국내 전자업계에 어떤 영향 미칠까

1997년 7월 1일 0시를 기점으로 영국의 손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와 함께 「동방의 빛나는 진주」로 불릴 만큼 무역, 금융의 중심지인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어떻게 변화하고 교역대상국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나라마다 이해득실을 따지는데 몰입해 있다.

우리나라도 홍콩의 대중국 반환으로 중화경제권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 아래 유기적인 통상지원 체제의 구축을 비롯한 다각적인 대책과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30일에는 한, 홍콩간 상대국의 투자 및 투자관련 활동에 대해 내국민 대우와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하는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하는 빨빠른 움직임도 취했다.

중국에 물자를 수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홍콩을 활용해온 우리나라 전자업계는 홍콩반환 이후에도 이 지역과의 비즈니스가 크게 변화할 만한 요소는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국의 대외개방이 본격화된 80년대 중반 이후 대중국무역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온 홍콩이 이제부터는 중화경제권의 중심지가 되고 홍콩을 통한 중국과의 간접 교역환경이 변화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한국에 이은 제2의 내수시장으로 인식하고 최대 해외생산기지화하고 있는 전자3사를 중심으로한 일부 전자업체들은 이제부터 홍콩을 중국시장 진출거점으로 적극 육성할 것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홍콩에 뻗쳐놓은 지사 또는 판매법인을 확대 운영하거나 현지 AS체제 구축, 홍콩기업과의 합작, 제휴 확대 등 다각적인 사업 활성화 방안을 짜고 있다. 그렇다고 홍콩현지에 대한 전자업계의 투자가 이제까지보다 대폭적으로 확대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홍콩이 우리나라의 4대 교역국이지만 전자, 정보통신 분야에선 그 비중이 크지 않고 최근 전자업계가 추구하는 세계화 및 현지화 전략의 대상지역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홍콩 교역규모는 총 1백23억 달러. 수출 1백11억3천만 달러, 수입이 11억7천만 달러로 무역흑자가 1백억 달러에 가깝다. 홍콩 수출 가운데 전자부품이 21억 달러, 가전제품이 5억3천만 달러 등으로 이 두개 부문이 전체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또 홍콩과 중국을 합한 수출규모는 2백25억 달러에 달해 대미수출 2백17억 달러보다 많아 단일시장으로는 가장 큰 셈이다.

홍콩을 통한 대중국 간접 수출의 경우 38억 달러로 대홍콩 수출의 40% 내외인 것으로 공식 집계됐지만 실제로는 80~90% 정도가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홍콩으로 수출된 한국 제품의 대중국 공급경로가 아주 다양한데다 중국에서 부과하고 있는 고율의 수입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홍콩의 공급선과 중국의 수입선, 그리고 중국 세관이 수출금액과 물량을 적게 신고하는 관행이 일반화돼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대홍콩 교역은 단순히 홍콩만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 중국 경제의 성장과 전자업종을 중심으로한 한국기업의 대중국 투자확대, 그리고 중국은 이미 홍콩과 대만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는 점, 중화경제권은 홍콩을 대외창구로 활용하는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2010년께에는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점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즉 홍콩의 중국 귀속은 기회와 위협 요소가 동시에 내재돼있는 것이다.

먼저 홍콩의 순조로운 경제호황과 중국의 「일국양제」에 대한 공약 및 적극적인 지원 등 대내외적 분위기에 비추어볼때 홍콩은 중화경제권의 중심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은 중국 귀속 이후에도 현행 자본주의 제도가 50년간 변치않으며 독립재정과 재정균형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재정정책도 간섭받지 않게 돼있다. 이와 함께 통화, 조세, 외환관리, 무역정책 등 홍콩의 경제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홍콩의 국제적인 무역, 금융 도시기능이 계속 유지됨은 물론 중국과 대만, 동남아 화교자본과의 연계성도 강화되면서 중계무역항으로서의 중요도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홍콩을 통한 한국의 대중국 간접 수출은, 연평균 9% 이상에 달하고 있는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과 수출입 활기로 인한 원부자재 수요증가 추세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앞으로 홍콩은 팽창되는 도시규모에 맞춰 인프라 투자 등을 확대할 전망이어서 각종 설비 및 기술관련 특수가 예상되며, 홍콩의 주권이양 행사에 따른 관광객의 유입확대 등으로 각종 소비재 특수가 대홍콩 수출의 호재로 작용할 전망인 등 긍적적인 재료들이 많다.

그러나 중국 관료체제의 비효율성이 점차 홍콩체제내로 들어가고 홍콩경제의 장점인 자원배분의 효율성의 약화, 국제적인 교역상품 운송센터로서의 도시기능 약화와 같은 부정적인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또 한국의 홍콩을 통한 대중국 간접교역이 중국과의 직교역 형태로 점차 전환되면서 간접수출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홍콩을 통한 한국의 대중국 간접수출 비중이 지난해 42.3%에서 내년에는 20%대로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는 앞으로 대중국 수출에서 홍콩의 상대적 비중은 계속 낮아질지라도 중국의 사업환경이 홍콩수준에 도달하기까지 홍콩은 대중국 수출중개지로서 연평균 10%대의 증가율을 유지함은 물론 지리적으로 광동, 광서 등 화남지역과 사천, 운남 등 장강상류 지역의 대외창구 기능을 하고 중국 전체를 대상으로한 정보수집 창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홍콩의 중국귀속으로 한국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화교권의 유통망과 중국의 생산경쟁력이 결합해 형성되는 중화권 제품의 세계 시장경쟁력이다. 이는 전자제품뿐 아니라 대다수 한국산 제품의 수출경쟁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홍콩의 대중국 반환에 따른 우리 전자업계의 대응 초점은 중화경제권 급부상과 변화에 맞춰져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화경제권은 이제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일뿐만 아니라 강력한 경쟁국으로 부상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입장에선 기회선점을 위한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해야할 것이라고 삼성경제연구소측은 분석하고 있다. 홍콩특수를 선점하고 금융센터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중계무역을 확대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하고 해외시장에서 중국계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가격과 품질면에서 경쟁력있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더 주력해야할 것으로 지적했다.

이와함께 홍콩에 진출한 중국계 기업들과 공동으로 중국내 현지 합작투자를 하거나 해외시장을 함께 개척하는 것 등은 중국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장기적인 포석이 되므로 중화권 기업들과의 협력 및 제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홍콩은 일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미달러 기준으로 2만5천여만달러(추정)로 아시아에서 일본과 싱가포르에 이어 3위를 차지했고 종주국 영국을 비롯해 캐나다, 이탈리아 등 일부 서방선진국보다도 앞섰다. 외환보유고는 6백38억 달러로 세계 7위에 홍콩달러의 가치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으며 최대 산업에 해당하는 무역이 수출 1천8백24억 달러, 수입 2천38억 달러 등 3천8백80억 달러 규모로 세계 8위에 올라 한국을 앞서고 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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