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가전산업 현황과 전망 (12);세계일류 될수 없나 (2)

글로컬라이제이션

전자3사의 가전제품 생산은 앞으로 3년안에 국내보다 해외가 더많은 현지화 개념으로 완전히 바뀌게 된다. 국내 가전공장은 더 이상 수출기지의 역할을 하지 않고 내수를 중심으로 한 정보가전 생산 및 연구개발 형태로 탈바꿈한다. 해외공장은 그 지역 시장을 겨냥한 가전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판매하는 독자적인 경영형태를 띠게 된다.

전자3사가 책임과 권한을 현지법인장에게 부여하는 쪽으로 해외경영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나 더나아가 해외의 주요 지역에 「본사」 개념의 지역본부를 구축하는 것 등이 모두 이러한 로컬라이제이션을 형성해가는 과정에 속한다. 그리고 현지 경영체제가 완벽하게 갖춰지면 전자3사는 국내 본사를 축으로한 글로벌 경영을 실현, 「글로컬라이제이션」이라는 세계화, 현지화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21세기에 가전산업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경영상의 대혁신인 셈이다.

먼저 전자3사의 주요 가전제품 생산비중을 보면 컬러TV의 경우 이미 지난해 해외생산력이 국내 생산력을 추월했으며 VCR도 삼성전자는 올해, LG전자와 대우전자는 내년을 기점으로 모두 해외가 앞서게 된다. 전자레인지는 삼성전자가 올해 국내보다 해외생산력이 더 많아지는 것을 시작으로 대우전자(98년), LG전자(2000년) 등 2000년안에 국내와 해외의 생산력이 뒤바뀐다. 해외 현지생산이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냉장고와 세탁기도 세계 곳곳에 공장을 건설중이어서 2000년 안에 거의 대부분 국내 생산력을 앞지를 것이 분명해보인다.

이에 따라 매출구조도 크게 변화하게 되는데 LG전자는 2000년에 전체적인 매출구조가 한국 8조7천5백억원, 해외 16조2천5백억원으로 해외가 압도적이며 생산비중도 한국 43%, 해외 50%,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조달 7%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대우전자는 가전제품 총 생산능력이 내년부터 해외가 국내를 추월하게돼 2000년에는 해외 생산규모가 국내 40억달러, 해외 60억달러의 모습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부문에서의 큰 변수로 인해 현재 중장기 사업전략을 다시 짜는 중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의 포스트 역할을 하게될 해외 지역본사의 경우는 그룹의 해외본사 운영방침과 맞물려 서로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권역별 주요 지역에 해외본사를 만들어 역내 책임경영의 주체로 삼는다는 기본 맥락은 같이하고 있으나 한국 본사 및 그룹과 연계에 있어서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올초 그룹의 지역본사 대표를 회장급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지역본사내 전자총괄을 두게 된 삼성전자는 해외지역 책임자가 지난해까지는 국내본사의 지휘를 받아 책임과 자율경영의 주체 역할을 했지만 올해부터 그룹 지역본사 대표의 경영스타일에도 따라야 된다. 더욱이 지역 본사 자체도 그룹차원에서 글로벌 자립경영의 한 주체이자 회장급이 본사 대표를 맡게됨으로써 삼성전자 지역총괄은 이제 현지에서의 경영정책 또는 전략을 수립, 추진하는데 국내 본사보다도 그룹 지역본사에 우선해야 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바꿔 말하면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삼성전자와 그룹의 해외지역 본사가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일 때 적지 않은 마찰과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일선 사업부의 업무추진 과정에서 원활한 정보교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마찰을 빚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LG전자는 삼성과는 달리 현재 운영하고 있는 지역본부나 2000년까지 10개 권역에 구축할 지역본사의 운영을 국내본사가 중심이 된 자율과 책임경영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는 전반적인 해외경영 인프라를 감안할 때 국내 본사의 지원 없이는 해외지역 본사가 독립된 자율경영을 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인프라 조성에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우전자도 현재까지는 LG전자와 같은 형태를 띠고 있지만 하반기에 드러날 그룹의 해외지역 본사가 변수이다. 이는 대우그룹 총수가 무국적기업을 거론할 정도로 지역별 별도의 경영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양재열 대우전자사장은 『장기적으로 해외공장을 독립시키려고 하지만 현재는 본사의 지원 없이는 해외공장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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