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스폿(현물)시장의 D램가격이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16MD램 가격은 이달 중순 미주지역 일부 현물시장에서 근 4개월만에 7달러 밑으로 떨어져 계속 완만한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달러는 그간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16MD램의 마지노선으로 여겨던 심리적인 지지 가격대. 따라서 국내 반도체 3사가 이번 7달러 붕괴로 느끼는 충격파는 클 수밖에 없다.
『D램시장을 주도하는 한, 일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감산노력에도 불구하고 터져나온 7달러 붕괴는 감산 효용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데이터퀘스트 한 관계자)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하락은 계절적 비수기에다 마이크론, TI, 지멘스 등의 물량이 스폿시장으로 몰린 데 따른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해외 3사의 16MD램 월 공급능력은 마이크론이 2천만개를 비롯해 총 4천만개를 훨씬 상회한다. 이들 3사 물량의 상당량이 스폿시장으로 집중될 때 한, 일 업체들의 감산효과는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업계 일각에서는 D램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 일 반도체업체들이 또 한차례 강도높은 감산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한, 일의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여름휴가를 맞아 초유의 휴무를 실시함으로써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작 반도체 3사 마케팅 관계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이들은 일단 『이번 가격하락은 통상 6, 7월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수요감소에 따른 계절적 요인이 크다』고 설명하며 특히 올 들어서부터는 스폿시장이 D램시장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6MD램은 지난 1월 말 6달러 이하의 바닥세를 친 후 3월 초에는 반도체업체들의 감산노력에 힙입어 한때 10달러선을 회복했다. 그러다가 4월부터 조금씩 내려가 마침내 이달 중순에 7달러대가 무너졌고 현재는 6달러와 7달러대를 오락가락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스폿시장이 무려 3달러 수준의 가격변동을 보이는 와중에도 고정 대형거래처의 가격이 수개월째 8.50∼9달러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스폿시장이 고정 거래처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 마케팅 관계자들은 전과 달리 스폿시장이 대형거래처에 영향을 못미치고 있는 것은 삼성 등 국내 반도체 3사와 NEC 등 일본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제품이 더이상 스폿시장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문제는 하반기 가격전망. 반도체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 수요업체들의 평균 재고량이 7∼10일분에 불과해 하반기 이후 MMX용 PC에의 채용확대가 가속화될 경우 이같은 분위기는 언제든지 반전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수요확대가 없이는 현재의 가격약세 분위기가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특히 수요 위축세가 극에 달하는 8월 중순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CPU업체들의 잇따른 가격인하로 인한 PC시장의 회생과 주요 D램업체들의 또 한차례의 감산의지가 하반기 D램가격을 결정짓는 변수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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