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산부인과

박철수 감독의 <산부인과>를 지배하고 있는 두 가지 모티브는 여자의 성기와 여자의 교성이다. 여자의 성기는 이미 노출되어 있는 상태이거나, 『다리 벌리세요!』라는 위압적인 명령에 의해 언제라도 노출될 수 있는 대기상태에 있다. 반복되는 이 두 가지 모티브는 출산에 대해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는 명목하에 이 영화가 무엇을 기도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한마디로 말해 「은유적으로 표현된 포르노그라피」이다.

이 영화를 포르노로 읽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성에 대해 드러낼 수 있는 모든것을 드러내고 아무 것도 감추지 않으며 모든 것을 기록해 관객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포르노이다. 금기시되는 소재를 다루면서 관객이 도착적인 위치에 놓이도록 끊임없이 강요한다는 점에서도 이 영화는 포르노이다. 노골적으로 드러난 여성의 성기를 반복해서 보면서도 시각을 통해 전달되는 쾌락은 근본적으로 상실되는 점 또한 포르노이다.

이 영화가 포르노의 구도를 차용하고 있으면서도 겉보기에 포르노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포르노에 꼭 있어야 할 남자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남자와 남자의 성기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은유된 남자와 남자의 성기가 나온다는 점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은유된 남성은 황신혜와 방은진이며, 은유된 남자의 성기는 황신혜와 방은진이 들고 있는 의료기구인 것이다. 그 의료기구가 황신혜와 방은진의 손을 통해 여성의 몸안을 부단히 왔다갔다하는 것은 바로 은유된 삽입행위이다.결국 이 영화는 「포르노에 관한 은유」이다.

이 영화에서 여성의 성기는 노골적으로,깊숙한 곳까지 보여진다. 그 어떤 포르노도 이 영화가 보여준 바와 같이 여성의 성기를 더 크게,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 없다. 이 영화에서산부인과 의사를 여의사로만 설정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만일 남자의사를 설정했다면 여성의 성기를 이토록 「뻔뻔하게」 화면에 담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박철수는 기존 충무로시스템을 거부하고 독립영화작가이기를 선언한 바 있는 감독이다. 그 결연한 의지에 힘입어 <301 302>,<학생부군신위>,<산부인과>와 같은 작품들이 탄생했을 것이다.그의 최근작들은 지난 시절에 그가 만든 영화들이 얼마나 치졸한 것이었는지를스스로 증명할 만큼 힘있는 영화들이다.

그러나 박철수가 경계해야 할 것은 소위 실험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지는 기괴한 것들에 대한지나친 경도이다. <301 302>에 등장하는 사람요리,<학생부군신위>에 나타나는 상주(喪主)의 성행위,<산부인과>에서 보여지는 클로즈업된 여성의 성기 등 그 끔직한 외설성을 경계해야 한다.이같은 현상은 실험영화라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추구하게 되는 상업적 성공에 대한 야심 때문이겠지만 어떤 이유에서도 예술은 「갈 데까지 가버리면」 안되는 것이다. 이 금기를 범하는 순간 더 이상 「일상」으로 되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채명식 영화평론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