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 잇단 개봉 관심고조

<쥬라기공원><콘 에어>등 할리우드 여름 대작들이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마니아들을 겨냥한 고품격 예술영화들이 잇달아 개봉돼 주목을 끌고 있다.이들 예술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제작된 감동적인 다큐멘터리이거나 치밀하게 짜여진 이야기구조의 작품으로 최첨단 특수효과로 포장된 흥행작들과는 대조를 이룬다.

오는 28일부터 명보극장에서 선보일 <스탈린그라드>(수입: 남아진흥)는 독일이 패전 50주년 추모영화로 지난 94년 제작되어 자국에서만 5백만 관객을 동원한 대작이다.70년대<지옥의 묵시록>,80년대 <플래툰>에 이어 90년대의 대표적 전쟁영화로 평가받고 있다..독일인의 시선으로 그려진 2차대전 영화가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영화는 단일 전투사상 최대의 희생자를 낸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귀족출신 장교 한스와 일급 철십자훈장을 위해서는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겠다는 무모한 성격의 롤로두 젊은이가 겪게 되는 전쟁의 참혹상을 담고 있다.굶주림과 혹한 속에 차례로 쓰러져가는 병사들의주검을 통해 전쟁의 어리석음과 부조리를 항변한 작품이다.탱크와 장갑차 1천 2백여대,엑스트라10만명, 스턴트맨 6백명,야외세트장 3백여곳,소품으로 쓰인 의상과 훈장 5천톤 등역대 유럽영화 중 최대규모로 제작됐다.

동숭시네마텍에서 지난 21일부터 상영중인 <빠뜨레 빠뜨로네>(수입: 백두대간)는 이탈리아네오 리얼리즘의 대표작.비토리오와 파올로 타비아니 형제가 감독,77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실존인물인 가비노 레다의 자서전을 스크린에 옮겼다. 이탈리아서쪽 사르데냐섬에서 태어나 공부보다 양치기를 시키려는 아버지의 독선아래 괴로운 어린시절을 보내던 주인공이 우연히 배움의 길로 들어서 유명한 언어학자가 된다는 이야기다.배우들의 섬세한내면연기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수작영화.

예술영화 마니아가 아닌 일반인들도 흥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으로는 코아아트홀과 씨네하우스 예술관에서 상영중인 <언지프>(수입:태원엔터테인먼트)가 있다.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95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패션 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가 94년봄 컬렉션에서 실패한 뒤 같은 해 가을 화려하게 재기하기까지의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나오미 캠벨, 린다 에반젤리스타, 신디 크로포드 등 슈퍼모델들의 무대 뒤 모습을 훔쳐볼 수 있는 이색영화로 서울 국제 패션 컬렉션이 진행되는 가운데 개봉되어 더욱관심을 모은다.

서울 중앙극장에서 상영중인 <아그네스의 원죄>(수입: 미라신코리아)는 아이슬랜드 북부지방에서 내려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 봉건시대인 1830년대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영주 셰리프와 의사 나단이 하녀 아그네스를 둘러싸고 벌이는 음모와 질투를 그렸다. 인공미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신비스러운 풍광이 이 영화의 볼거리다.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은 TV시리즈물 <십계>로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후<블루><레드><화이트> 3색 연작으로 일반관객과도 친숙해진 폴란드의 거장 크쥐쉬토프키에슬롭스키의 작품.택시 기사를 충동적으로 살해한 떠돌이 청년의 재판과정을 살인자와 피살자,젊은 변호사 세 사람의 시선으로 교차시키면서 담담하게 보여준다. 7월 5일 명보아트홀에서개봉 예정.

같은 날 호암아트홀에서 개봉될 <브래스드 오프>(수입: 명필름)는 <트레인스포팅>의 스타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또한편의 영국영화다.지난해 하반기 영국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올해선댄스 영화제의 오프닝작이기도 하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던 그림리 탄광의 브라스 밴드가 정부의 폐광정책으로 해체되는 과정을 통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작품. 「윌리엄 텔 서곡」「대니 보이」「꽃의 춤」 등 귀에 익은 명곡들을 감상하는 것도 관객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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