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국제전화 요금체계 개선 여론 비등

최근 들어 국제전화 요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전화서비스의 보편화에 따른 국제전화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국제전화 요금체계가 소비자 및 업계의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각국에서 제기되면서 요금체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현재 국제전화 요금이 너무 높다고 지적하고 이를 낮춰줄 것을 서비스업계에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경쟁이 격화되고 수요가 늘면 요금이 떨어지는 것이 통신서비스의 대원칙인데 국제전화 만큼은 이 원칙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이같은 불만에 대해 국제전화 서비스 요금이 높게 책정된 배경에는 불합리한 국제전화 요율 산정방식이 있다고 말하고 「요금을 낮추기 위해서는 요율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다.

지난 90년대 초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만든 요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행 국제전화 요금체계는 적잖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국제전화를 연결할 때 전화를 받은 국가의 사업자들이 전화를 건 국가의 사업자들에게 요금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돼 있는 등 국가간 연결만을 상정하고 있어 현실적인 국제전화 요금과는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예컨대 미국 본토에서 일본에 전화하는 것과 하와이에서 일본에 전화하는 것에 대해 동일한 요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는 많지 않은 서비스 요금을 내야 하는 지역에서 높은 요금을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지역간 요금 불일치 폭은 국제전화 수요의 증가로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이에 따라 국제전화 요금을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와 기술의 발전을 악용한 서비스업체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편법이 성행하고 있다.

전화를 걸고자 하는 상대방 국가의 사업자와 연결, 그 사업자로 하여금 다시 전화를 걸도록 하는 「콜백」서비스는 이제 경제적인 국제전화에 기본이 되었고, 국제전화 통화시 제 3국 사업자를 경유하는 「리파일」서비스도 부상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공식적인 수치가 나와 있지 않아 규모를 측정하는 것이 어렵지만 저렴한 가격을 담보하고 있어 전화 네트워크의 정체를 불러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제전화 요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새로운 국제전화 요금체계만이 이같은 부정적 요인들을 일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체계의 제정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올 초 세계 무역기구(WTO)의 회원국들은 통신시장 개방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국제전화 요율에 관한 논의는 크게 미흡했고 업계에서는 각국 통신 담당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내용을 충분히 토론하지 않은 사실이 새로운 요금체계를 마련하는데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WTO 합의가 있은 후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새로운 국제전화 요율을 만들 계획이라는 ITU의 발표와는 별도로 최근 미국 정부가 국제전화 요율을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다른 국가들과는 상관없이 진행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간 합의에 따라 요율이 결정된다고는 해도 미국처럼 국제전화 수요가 많은 국가 입장에서 볼 때는 현행 요율이 다소 불만스런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미국 정부의 발표에 당황한 다른 국가들은 『국제전화 요율 산정은 상호주의적이어서 한 국가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차원을 넘어선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나머지 국가들로서도 별다른 대안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현행 요율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전화 요금체계가 개선되는 것은 시간 문제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전화 요율이 바뀐다고 해서 소비자들에게로 돌아가는 부담이 곧바로 줄어드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요율 산정방식의 개정을 통해 불합리한 요금 청구가 크게 개선될 것만은 분명하다.<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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