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가전산업 현황과 전망 (9);빅3의 딜레마

「5백30, 4백70, 4백8.」 전자3사의 지난해 TOEIC 평균점수다. 이들 점수는 국제화, 세계화 경영으로 급속히 탈바꿈하고 있는 전자3사 스스로가 창피하다고 지적하는 수준이다. 영어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떠오르는 시장으로 전자3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중국과 독립국가연합(CIS), 중남미 등지에는 현지에 보낼 만한 마땅한 사람이 없어 고민이다.

몇년전부터 지역전문가제도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력을 키우고 있고 정책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제화, 세계화 경영에 걸맞는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 미흡하기 짝이 없다. 요즘도 마음놓고 해외에 보낼 만한 인력이 마땅치 않아 과거 해외 근무했던 인력을 다시 내보내는 경우가 흔하다.

더나아가 해외의 각 지역 또는 국가에 대한 관습과 법규, 세무 등 현지경영이나 마케팅과 직결되는 것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시장별 전문인력을 찾기란 더 힘들다.

또 전자3사는 한결같이 국제화된 언어능력을 글로벌 경영의 기본조건으로 삼고 있지만 현실과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음은 물론 인력운영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전자3사는 TOEIC 점수를 직급별 승진의 요건으로 정해놓고 있는데 사업장별 또는 부문별 기복이 심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내부 불만도 나오고 있다. 몇년, 몇십년 동안 국내영업에 몸담았던 인력과 수출영업에 근무했던 인력의 영어능력이 같을 수 없다는 얘기다. 또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다고해서 사업부장과 같은 경영책임자 자리를 선뜻 맡길 수도 없다.

이와 관련, 선종구 대우전자 자원담당이사는 『요즘 어학능력은 떨어지지만 업무능력이 뛰어난 인력을 어떻게 운영해야할지 고민할 때가 많다』며 『하지만 글로벌 경영이 가속화되면서 모든 임직원이 어학능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며 이를 인력운영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자3사의 국제화, 세계화 취약상은 조직기능 측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자3사의 세계화 경영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OECD가입과 같은 경영환경 측면에서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통상과 금융은 가장 대표적인 취약부문에 속한다.

통상의 경우 그동안 가전수출 과정에서 현안처럼 등장한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반덤핑 제소에 대응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우회덤핑이나 이전가격, 반덤핑 관세흡수 등과 같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통상 문제에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하반기에 아르헨티나 정부가 확정판정한 한국산 전자레인지의 반덤핑건만 해도 그 결과가 전자3사의 예측을 크게 빗나갔다.

통상문제는 사실 정부의 몫이 더 크지만 그동안 최일선에서 맞부닥치는 전자3사가 제조업체라는 속성으로 이 부문을 크게 강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통상이 수익을 올리는 사업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이익창출을 첫번째로 목표로 삼는 기업이 세계화, 현지화를 추진하면서 국제금융을 정확히 파악하고 활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전자3사의 수준은 환율변동에서부터 현지금융 운용에 이르기까지 그 대처 및 활용능력이 걸음마 단계다.

전자3사의 해외 생산법인들이 한국 본사에서 수입하는 원부자재의 결재와 각종 경상거래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입는 환차손이나 현지화의 강세로 인근 지역에 수출하면서 겪는 피해 등이 모두 취약한 금융기능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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