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판매기는 무인판매의 산물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동전을 넣으면 원하는 내용물을 살 수 있도록 한 자동판매기의 출현은 유통산업의 큰 획을 긋는 일이었다.
자동판매기의 역사는 1천9백년이나 된다. 자판기는 기원전 1세기에 그리스의 과학자 헤로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그것은 동전을 넣으면 그 동전이 막대기 한쪽 끝에 떨어져 막대기를 시소처럼 기울게 해 성수(聖水)항아리를 막고 있는 다른 쪽 끝이 들어올려져 물이 흘러나오도록 한 성수판매기였다.
우리의 자판기 역사는 70년대 중반 동전을 넣고 원하는 커피를 아무때나 뽑아 마실 수 있는 커피자판기를 일본의 샤프사로부터 수입하면서 비롯됐다. 그후 자판기시장은 24시간 무인이용, 저렴한 판매비용과 높은 수익률, 인력절감과 설치장소의 무제한 등 다양한 장점을 노린 국내 기업체들의 잇단 참여로 큰 성장을 이룩했다.
올해 예상되는 자판기의 시장규모는 지난해 1천6백억원보다 28.7% 늘어난 2천60억원이다. 이는 지난 90년대 초 4백억원 정도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신장한 것이다.
이처럼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자판기의 개념은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판기는 커피나 음료를 뽑아 먹는데 사용되는 것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판기의 제조기술이 첨단기술과 각종 아이디어를 결합해 점차 다양화하면서 이색적인 자판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전을 넣기만 하면 원하는 커피를 아무 때나 뽑아 마실 수 있듯이 팝콘, 초콜릿, 껌 등은 물론 명함, 비디오테이프, 카세트테이프, CD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제품을 자판기를 통해 해결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일일이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큰 특징으로 하는 자판기의 속성상 편리함을 추구할 수 있는 분야는 모두 자판기의 상품이 될 수 있다.
자동판매기는 행정관청의 민원업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강남구는 주민들이 스스로 토지이용계획 확인서와 개별 공시지가 확인서 등 민원서류를 자동으로 발급할 수 있는 민원서류 자동발급기를 강남구민회관과 강남등기소 등에 설치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강남구청은 이번 민원서류 발급기설치를 계기로 그동안 7∼15일 정도 걸리던 부동산매매 관련민원처리업무를 당일 처리함으로써 「질높은 대주민서비스를 구현하는 구청」으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높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좁은 장소에서도 각종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판기의 특성에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는 요즘 세태까지 겹쳐 우리사회에도 외국처럼 생활편의를 제공하는 다양한 자판기가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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