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가전제품 가운데 「공기방울세탁기」처럼 숱한 화제를 뿌린 제품도 드물 것이다. 지난 90년 대우전자가 개발한 이 세탁기는 기발하게도 어항에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공기발생장치를 세탁조에 부착했던 것. 세탁조 아래에서 공기방울이 올라오면서 옷감에 부딪혀 빨래가 더욱 깨끗하게 되는 원리다.
이 제품은 발표되자마자 경쟁사들이 그 성능을 폄하, 대우와 논쟁을 벌였다. 그렇지만 정작 그것을 사용해 본 소비자들은 대부분 『빨래가 잘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사실이 구전되면서 이 제품은 불티나듯 팔려나갔다. 또 특허분쟁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그것도 오래지 않아 깨끗이 정리돼 버렸다. 오히려 그같은 사건은 공기방울세탁기에 유명세를 더해 줄 뿐이었다.
무엇보다도 공기방울세탁기는 90년대 들어 한국 가전사에서 한 획을 긋기에 충분했다. 공기방울세탁기는 종전까지 대부분 국내 가전업체들이 일본, 미국, 유럽 가전업체들의 제품을 모방해 만든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것의 성공으로 인해 우리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제품을 만들면 된다는 의식을 심어주었다. 가전업체의 제품개발 마인드에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가져온 것이었다.
그 이후 가전업체들은 저마다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제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명품 플러스원TV」나 독립냉각방식 냉장고 「따로따로」, LG전자의 「통돌이세탁기」 등도 참신한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새로운 구조가 돋보이고 기능도 향상된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제법 많이 팔렸으며 더러 각종 단체로부터 이른바 「히트상품」과 같은 상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작 사용해 본 소비자들로부터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말을 자주 들어보지는 못했다.
제품이 롱런하려면 마케팅이나 광고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제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잘 선택했다는 확신과 그것의 자랑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용해보고 난 후 이루어진다. 길고 긴 장마처럼 이어지고 있는 가전경기 침체를 타개할 수 있는 제2의 공기방울세탁기와 같은 제품은 언제나 다시 구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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