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萬基 통상산업부 기술품질국장
기업은 분명한 생산성 향상효과를 기대할 때 과감한 정보화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국가적인 관점에서도 정보화 투자 촉진정책은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과 경제성장 유발효과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최근 미국 경제성장 구조의 질적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지난 5월19일자 「비즈니스 위크」지는 금년 1.4분기 5.6%에 달하는 미국경제의 경이적인 성장을 특집보도하면서, 과거와 달리 저물가와 높은 고용하에서 달성된 경제성장의 비결이 정보화를 통한 근본적인 경제시스템의 개편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천문학적인 정보화 투자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는 80년대 미국의 소위 「생산성 파라독스」를 비꼬던 동지의 논조가 바뀐 것은 어떤 자신감에 기인하는가. 또한 80년대를 통해 호들갑스럽게 미국에 대한 추월 가능성까지 예견되던 일본경제의 곤두박질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
사실 생산성 파라독스 논란은 증기기관이나 전기동력과 같은 1차, 2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던 혁신기술의 등장시마다 되풀이된 것이다. 1880년대에 개발된 전기동력이 가시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1920년까지 40년이 소요되었다.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기술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혁신기술이 응용되는 보완기술의 개발과 타산업에서의 수용투자, 그리고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 적합한 조직개편 및 의사결정 체제의 도입이 하나의 경제사회시스템으로 연관 발전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기동력의 40년과 단순 비교해 보면 정보화의 중추적 요소인 컴퓨터기술이 본격 개발되기 시작한 것을 1970년 전후라 할 때 정보화 패러다임이 완성되는 시기는 2010년 전후가 된다.
미국은 이를 앞당기는 데 성공하였고 일본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결국 미국의 성공은 다운사이징, 아웃소싱 및 리엔지니어링으로 대표되는 과감한 기업의 경영혁신과 함께 산업정보화가 광속거래(CALS)와 전자상거래로 이어지고 생산자원관리(MRP)가 전사적 자원관리(ERP)로 진화하면서 정보기술의 종주국으로서 정보화의 선순환 사이클에 먼저 진입한 데 기인한다.
여기에 미국의 새로운 번영을 기약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정보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낸 정치적 비젼이 추가될 수 있다. 이는 산업적 측면에서 경제성장률이 -1.2%를 기록했던 91년에도 미국의 정보화투자 증가율이 3.4%를 기록하는 배경이 된다. 반면 일본은 성장률이 급감하던 92년, 정보화투자 증가율이 -4.5%였던 것처럼 정보화를 불황 극복의 전략적 무기로 삼는 데 소홀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화상은 어떠한가. 물론 개별 기업의 정보화 측면에서는 긍정적 변화의 흐름이 보이고 있다. 금년 4월에 생산성 대상을 수상한 업체들은 정보화 투자가 기업경영의 유용한 도구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보화의 산업적, 경제적, 국가적 완성도다. 90%의 업무를 정보화하더라도 나머지 10%의 미완성 영역이 있을 경우 생산성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미국과 일본이 주는 교훈이다.
이런 점에서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의 산업화 드라이브를 완성하고 경제를 재도약시키는 출발점으로 정보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한 시각과 비젼을 정립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제는 정보화가 무한경쟁시대를 헤쳐나가는 명실상부한 국가 이데올로기로 정립되고 국가 경제사회 정보화 전략의 종합성, 균형성, 치밀성이 겸허하게 재검토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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